비교역사문화연구소 기획/임지현,박노자,이진경,정다함,홍양희 공저 | 책과함께 (2011년 07월 01일)
반(反)기념’의 역사학을 위해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건국 60주년을 ‘반(反)기념’하기 위해 2008년 8월 8일부터 8월 9일까지 국제학술회의 ‘Modern Korea at the Crossroads between Empire and Nation’을 개최하였다. 이 책은 국제학술회의의 성과물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임지현을 비롯해 박노자, 황병주 등 12명의 전문학자들이 트랜스내셔널한 시각에서 근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분석한 것이다. ‘반기념’이라는 것은 ‘과거를 잊어버리자’, 혹은 ‘기념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동안 국가 권력의 정통성을 옹호하는 데에만 치중했던 궁정역사학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해방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식민주의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국가를 강화하려는 논리가 팽배했다. 식민지의 기억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면서 동시에 해방 이후 한반도에 탈식민적 권력의 자산으로 작동해왔다. 임지현은 이런 식민주의의 희생자 의식에는 제국에 대한 동경이 무의식적으로 감추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제국의 힘에 대한 동경과 힘이 없어 제국이 되지 못하고 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데 대한 회환이 희생자 의식의 밑바닥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제국을 욕망하는 식민지인들의 시선에 대한 일정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서로 다른 문제들을 제기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한국의 근대와 근대성 새로이 고찰 시도
한국의 근대를 성찰할 때에 ‘제국주의’와 ‘민족주의’의 대립은 국가권력의 장으로 끊임없이 거론되어 왔다. 이 책 《근대 한국, ‘제국’과 ‘민족’의 교차로》에서는 한국의 근대 담론을 읽는 두 가지 키워드, 제국주의와 민족주의라는 틀 안에서 그동안 제국주의의 피해자로만 인식해왔던 시각에서 벗어나 민족주의에 내재된 제국주의의 속성을 밝히고 제국과 식민지가 주고받는 상호 관계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다만 임지현이 지적한 바와 같이 여전히 식민지에서 제국으로 전이된 문화적 작용이 누락된 채 제국에서 식민지로의 일방적 문화 전이가 주요 분석 대상이고 트랜스내셔널 역사학을 지향하면서도 대체로 한반도에 집중하여 분석하였다는 점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연구 프로젝트의 생산기지로 꼽히는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반(反)기념’의 역사학을 위해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건국 60주년을 ‘반(反)기념’하기 위해 2008년 8월 8일부터 8월 9일까지 국제학술회의 ‘Modern Korea at the Crossroads between Empire and Nation’을 개최하였다. 이 책은 국제학술회의의 성과물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임지현을 비롯해 박노자, 황병주 등 12명의 전문학자들이 트랜스내셔널한 시각에서 근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분석한 것이다. ‘반기념’이라는 것은 ‘과거를 잊어버리자’, 혹은 ‘기념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동안 국가 권력의 정통성을 옹호하는 데에만 치중했던 궁정역사학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해방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식민주의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국가를 강화하려는 논리가 팽배했다. 식민지의 기억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면서 동시에 해방 이후 한반도에 탈식민적 권력의 자산으로 작동해왔다. 임지현은 이런 식민주의의 희생자 의식에는 제국에 대한 동경이 무의식적으로 감추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제국의 힘에 대한 동경과 힘이 없어 제국이 되지 못하고 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데 대한 회환이 희생자 의식의 밑바닥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제국을 욕망하는 식민지인들의 시선에 대한 일정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서로 다른 문제들을 제기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한국의 근대와 근대성 새로이 고찰 시도
한국의 근대를 성찰할 때에 ‘제국주의’와 ‘민족주의’의 대립은 국가권력의 장으로 끊임없이 거론되어 왔다. 이 책 《근대 한국, ‘제국’과 ‘민족’의 교차로》에서는 한국의 근대 담론을 읽는 두 가지 키워드, 제국주의와 민족주의라는 틀 안에서 그동안 제국주의의 피해자로만 인식해왔던 시각에서 벗어나 민족주의에 내재된 제국주의의 속성을 밝히고 제국과 식민지가 주고받는 상호 관계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다만 임지현이 지적한 바와 같이 여전히 식민지에서 제국으로 전이된 문화적 작용이 누락된 채 제국에서 식민지로의 일방적 문화 전이가 주요 분석 대상이고 트랜스내셔널 역사학을 지향하면서도 대체로 한반도에 집중하여 분석하였다는 점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연구 프로젝트의 생산기지로 꼽히는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트랜스내셔널한 시각에서 근대 한국을 바라보고 식민지의 과거와 탈식민의 현재에 대해 고찰하려고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학술서라 할 것이다.
문화적으로 전이된 제국을 향한 욕망
이 책은 12편의 개별 글들을 묶어 총 3부로 구성하고 있다. 1부 ‘제국을 욕망하는 역사적 상상’에서는 제국을 욕망하는 식민지인들의 시선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정하게 공유하면서 서로 다른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정선태는《태극학보》를 중심으로 근대계몽기 국가와 국민이 상상되는 방식을 추적한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한반도로의 문화적 전이뿐만 아니라 개발독재 시대의 국민교육헌장으로 이어지는 식민과 탈식민을 잇는 문화적 전이도 발견된다는 점이다. 박노자는 청일전쟁의 승리에 도취한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가 고안한 ‘무사도’가 양계초의《음빙실문집》을 거쳐 안확의 고구려 ‘무사정신’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영재는 징병재 선전영화〈조선해협〉에서 남성의 출정이 애인과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일로 묘사되고 있는 등 국가의 부름이 남녀 모두에게 국민에의 길을 의미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음을 분석하고 있다. 정다함은 식민지기 제국에 대한 욕망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보다는 ‘타국의 침략을 받았으나 정작 자신들은 침략을 모르는 평화로운 민족’이라는 역사 서사와 결합하기도 한다고 주장하며 조선-여진 관계를 중심으로 이를 고찰한다.
식민과 탈식민의 연속성에 문제제기
2부 ‘반식민과 탈식민의 경계에서’는 식민과 탈식민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담은 5편의 글을 묶었다. 홍양희는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지라는 역사적 조건에서 현모양처 여성상이 전통적 여성상으로 재구성되는 과정과 원인에 대해 분석한다. 와타나베 나오키는 문학평론가 임화의 이식문화론을 통해 한국 문학이 자율적으로 발전해왔다기보다 외국 문학의 모방과 의식의 제작 주체로서의 조선의 이중성을 분석한다. 오웬 밀러는 마르크스주의 역사 서술조차도 민족주의와 서구 중심주의의 인식론적 공모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적 관점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황병주는 박정희 개발독재 체제의 근대화 담론에 내재된 선진성에 대한 열망과 후진국 콤플렉스에 대해 고찰한다. 이나영은 해방 이후 남한에서의 기지촌 여성의 호명 ?식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젠더를 매개로 한 식민주의와 민족주의의 암묵적 동조관계가 해방 이후 기지촌 여성을 재구성하는 데 작동했는가에 대해 추적한다.
탈식민적 상황에 대한 새로운 이해 제시
3부 ‘트랜스내셔널 코리아’는 미국과 한국의 비교를 통해 탈식민적 상황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돕고 있다. 이진경은 미국과 한국이 모두 인종주의적 위계질서에 따라 차등화되고 불평등한 노동력 수급 정책을 유지하면서 그 불평등의 구조를 문화적 영역에 한정해서 해결하려는 ‘인종차별적 국가의 다문화주의’라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윤성호는 한국 민족문학, 특히 백낙청의 민족문학론을 미국의 트랜스내셔널리즘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손희주는 점차 인종이 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학계 담론이나 언론 등에서는 민족국가의 단일성과 민족문화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한국이 세계화를 지향하는 초국가적인 맥락 속에서 동포라는 개념이 민족국가라는 이데올로기하에서 국가적 개발과 이익을 위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에 대해 고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