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국경을 넘는 어린이·청소년 역사책” 예심 심사평
【어린이 부문】 <낡은 사진 속 이야기>(천롱 지음/전수정 옮김, 사계절, 2015)
국경을 넘어 우정을 쌓은 두 나라의 청년이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전쟁으로 인해 이별해야 했던 상황을 그림책 형태로 담담하게 펼쳐낸 작품이다. 작가는 화자인 ‘나’의 동생으로 자신의 가족사를 작품 안에 잘 녹여냈다.
다만, 옛 이야기를 묵직한 유화로 담아내는 작가의 스타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명쾌하게 ‘그렇다’는 답을 내리기 쉽지 않다. 하지만 자꾸 읽다보면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들 듣는 것처럼 포근하면서도 이야기 속의 슬픔이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스며드는 매력이 있다.
【어린이 부문】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김흥식 엮음, 서해문집, 2015)
이 책은 안중근의 하얼빈 의거 관련 공판 기록을 재구성하여 참관기 형태로 서술한 역사 교양서이다. 한정된 분량 속에서 전개되는 교과서 내러티브 속에서 하얼빈 의거는 국권 침탈 직전에 발생한 의열 투쟁의 한 장면으로 소개된다. 이와 관련된 역사적 맥락이나 사건의 배경, 전개 과정, 안중근이 걸어온 삶의 궤적 등은 학생들에게 소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역사는 인과 관계로 짜여진 한정된 내러티브 형태로 학습자에게 전달된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이 책은 기존의 역사 내러티브에 대해 비판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근대적 사법 제도의 일면, 일본 검찰의 시각, 안중근의 생각, 당시 한국이 처한 상황과 동아시아 국제 질서에 담긴 시대적 맥락 등을 통해 역사 이야기는 단수가 아닌 복수임을 알려줄 뿐 아니라 학습자로 하여금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당시 상황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해줌으로써 다양한 역사적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청소년 부문】 <게토의 색>(알리네 삭스 지음, 산하, 2015)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자행된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역사 소설이다. 대부분의 홀로코스트 관련 역사 서적이 유대인들을 수동적인 희생자로 묘사하는 것과 다르게 수용소 안에서 전개된 그들의 투쟁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러나 ‘홀로코스트 문학’이 하나의 장르처럼 여겨질 만큼 유대인들과 관련된 비극적 서사가 매우 광범위하게 보급되어 있는 현실과 오늘날의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바람직한 방향의 새로운 역사적 안목과 인식을 갖도록 해주지는 못한다는 아쉬움이 크다.
【청소년 부문】 <거창의 역사>(신용균 지음, 역사공간, 2015)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 한국의 거창이라는 지역에 초점을 맞추어 구성한 통사 서적이다. 대부분의 역사서가 국가와 민족을 단위로 서술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국가사가 중앙의 시각에서만 구성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하는 면이 있다. 예심위원들은 이 책이 중앙의 시각에 갇혀 있는 국가사 서술을 뛰어넘어 지역의 시각에서 그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사로 구성하여 소개하였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였다. 서술 체계와 내용 또한 전문 역사교육자로서의 내공과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날 만큼 훌륭하다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하게 되었다.
예심위원 이동욱, 최정아, 한미경, 윤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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