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4회 “국경을 넘는 어린이ㆍ청소년 역사책” 예심 심사평
【어린이 부문】 <평화무임 승차자의 80일>(정다훈 지음, 서해문집, 2016)
독립운동가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으로 현재와 과거를 교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현장감이나 작가의 문제의식이 뛰어나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장소들을 현장 답사하며 가상 인터뷰를 통해 인물들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가늠해 보는 점이 흥미롭다. 초등학생이 읽기에 적합한 내용 구성과 사진 제시 등이 눈에 띈다. 다만 치밀하지 못한 서술과 주어진 정보의 사실관계, 편집이나 기획 등에서 아쉬움이 크다.
【어린이 부문】 <503호 열차>(허혜란 지음, 샘터사, 2016)
이 책은 이미 정채봉 문학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작품성이나 내용 전개가 뛰어나며 아동문학에서 다루지 않았던 강제 이주 과정의 이야기를 픽션으로 잘 풀었다는 장점이 있다. 절망적인 상황 가운데에서도 희망의 상황을 보여주어 어두운 과거의 역사 위에 과제로 남은 미래가 마냥 어둡지는 않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성이나 내용 전개는 뛰어나지만, 제시된 서술 분량으로 역사적 사실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으며 각 인물의 캐릭터를 통해 시대적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기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청소년 부문】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디브라운 지음/최준석 옮김, 길, 2016)
이 책은 방대한 사실적 자료에 근거한 서술과 인터뷰 등 기록의 역사를 통해서 인디언들의 멸망과정을 잘 보여준 책이다. 기존 서양(서구)중심의 역사에서 탈피하여 인디언의 입장에서 평화와 공존, 생명존중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선교사와 군대를 앞세운 백인들의 폭력에 맞서 투쟁한 과정을 철저한 고증과 객관적 자료에 근거해서 담담하게 서술한다. 청소년들의 시각과 관점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확장시켜 주는데 큰 도움을 준다. 다만 기존에 출간되었던 도서가 개정판으로 재출간된 것이 본 상에 적합한지는 본심에서 결정하기로 한다.
【청소년 부문】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선안나 지음, 피플파워, 2016)
이 책은 항일투사와 친일파를 짝지어 가문, 경제활동, 여성, 문인, 언론, 군대 등의 분야에서 같은 시대를 서로 다르게 산 인물들의 일대기를 조명하며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자세인지를 살펴 본 책이다. 간략한 평전의 형태를 취하면서 인물사적 서술의 대조로 인간의 선택과 의지, 상황 등이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점을 무난하게 보여준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오는 도덕적 교훈은 자칫 민족주의적인 시각으로 흐를 수 있으며, 학생들의 입장에서 모두가 가치 있는 삶일 수 있다는 편견과 오독을 불러 올수 있다는 의견도 개진되었다. 그러나 인본, 평화 등 인류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이 추천요인으로 크게 작용하였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답게 완성도가 높아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청소년 부문】 <쟁점 한일사>(이경훈 지음, 북멘토, 2016)
한일 간의 쟁점인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사할린 한인 문제 등 모두 9개의 주제로 정리하고 그 원인과 배경, 전개과정과 이를 극복하려는 양국의 노력에 관해 잘 정리한 책이다. 각 쟁점의 도입부에서 증언과 사례를 소개하고 무엇이, 왜 문제가 되는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 시민이나 국가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첨예하게 대립된 한일 간의 갈등 사례들을 흥분하거나 배타적 민족주의를 자극하지 않으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을 지향하며 차분하게 서술하는 점이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평화로운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국민들의 노력을 보여주어 갈등의 원인이 이데올로기와 정부라는 거대 담론임을 명시한다. 교육현장에서 15년 넘게 한일 역사교류에 참가한 전문 역사교육자로서의 내공과 실력을 발휘하여 명확한 분노의 지점과 해결을 위한 행동지침까지 상세하게 쓰여 있어서 쉽게 읽히며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예심위원들은 이 책이 일국사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미래의 시민인 청소년에게 전지구적 공존의 윤리를 심어주자는 본 상의 취지에 적합하다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해 이 책을 추천하게 되었다.
예심위원 이동욱, 윤준기, 최정아, 한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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