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2일(금) ‘경성제국대학과 동양학연구’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이번 학술회의는 ‘식민주의역사학 연구모임’이 진행하는 네 번째 발표의 장이었다. 2016년 이래 연구를 진행해온 연구모임의 이번 기획은, 기존의 ‘식민주의역사학’ 연구의 문제의식을 ‘동양학’ 일반으로 확장하되 대상을 경성제국대학과 관련한 분야로 한정하여 고민을 심화시키는 방법을 모색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성제국대학의 학과제도와 학문편성을 통하여 분과학문의 제도적 특성을 살펴보고, 또 경성제국대학에 교수로 취임한 연구자 혹은 그 대학에서 성장한 연구자를 대상으로 그 대학의 동양학 연구가 가진 지향성을 살펴보는 것이 기획의 의도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6개의 발표는 크게 3개의 파트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첫 번째 파트의 두 개의 발표는 역사학에 관한 것이었는데, 두 발표 모두 쓰에마스 야스카즈(末松保和)에 초점이 두어져 있었다. 먼저 정상우(한림대)는 ‘식민지기 고대 한일관계사 연구의 경향 – 이마니시 류(今西龍)와 쓰에마스 야스카즈를 중심으로’라는 발표에서, 경성제국대학 사학과에서 근무했던 두 역사학자 이마니시와 쓰에마스의 한국고대사 연구를 주로 임나일본부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의 임나일본부 연구가 당시 동아시아의 국제정세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었음을 논증하고 있다. 이어 ‘쓰에마스 야스카즈 조선사 연구의 연속과 단절’이라는 발표에서, 신주백(연세대)은 쓰에마스의 전전과 전후의 역사연구에서 확인되는 강한 연속성을 역시 임나일본부 논의를 중심으로 확인하고 있다. 아직 시론적 성격이 강한 발표들이지만, 경성제대 교수로 근무한 연구자들이 전후 일본사학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추후 더욱 진지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회경제사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두 번째 파트는, 경제학자 시가타 히로시(四方博)와 사회학자 스즈키 에이타로(鈴木榮太郞)를 분석대상으로 하는 두 개의 발표로 구성되었다. 먼저 정준영(서울대)은 조선경제사 분야의 대표적인 관학자로 평가되는 시가타가 처음에는 사회정책학파 경제학자로 학문적 이력을 시작했으나 차츰 그 학문적 프레임을 벗어나게 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정준영은 시가타가 식민지의 자본주의화 과정을 분석하면서 조선후기 사회를 도덕경제로 바라보게 되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가정을 하고 있는바, 이런 가정이 추후 연구과정에서 뚜렷하게 입증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조정우(한경대)는 스즈키 에이타로의 조선 사회조사가 가진 성격을 그도 함께 참여한 경성제대의 농촌 필드워크를 대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시동원을 위해 진행된 제국대학의 농촌 조사작업이 해방 후 한국의 사회조사작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은 아이러니라 하겠으나, 그 아이러니를 명백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스즈키 사회조사사업이 가진 성격이 더욱 세밀하게 추적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파트는 문학과 철학 연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장신(교원대)은 ‘경성제국대학 문학과의 유산’이라는 발표에서 경성제대 문학과의 교수진과 강좌구성 및 재학생과 졸업생의 현황 및 진로를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아직 졸업생의 진로 등에서 불충분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성제대 문학과를 둘러싼 연구를 크게 진작시킬 수 있는 기초연구로서 기대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어 허지향(리쓰메이칸대)은 경성제대 철학과 교수 아베 요시시게( 阿倍能成)의 생애와 연구를 추적하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아베는 이른바 ‘인생철학’을 내걸고 그 이름 아래서 식민지를 살았지만, 그의 식민지에서의 삶과 학문은 바로 식민주의자의 것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종합토론에 토론자로 참여한 정민(한양대)은 경성제대 중국철학 전공 교수 후지츠카 치카시(藤塚隣)의 삶과 연구를 추적하여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문학동네, 2014)이라는 연구서를 낸 적이 있는데, 이때의 경험을 소개함으로써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발표자들에게 남은 길은 멀고 험하지만, 이것은 가야 할 길이고 또 갈만한 길이라는 것을 정민 교수 자신의 경험으로 말해준 것이라 할 것이다.
이번 네 번째의 식민주의역사학 연구 기획이 경성제국대학이라는 제도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진 동양학이라는 학문분야와 관련하여 새로운 시각을 열어가는 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줄 수 있었기를 기대하고 있다.
윤해동(HK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