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회의 “매체와 공공기억을 통해 본 전쟁”이 동아시아사연구포럼,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동북아역사재단의 공동 주최로 11월 6일(금)과 7일(토) 이틀에 걸쳐 한양대학교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동아시아사연구포럼과 동북아역사재단이 2008년 이래 열어 온 국제학술 교류 행사의 일환으로,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관련 활동을 활발히 벌여 온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와 공동으로 주최하게 되었다.
국립대만대학의 뤼샤오리(呂紹理) 교수의 기조강연 “戰火의 기록과 전쟁의 기억: 타이완의 경험”을 필두로 이틀에 걸친 학술회의가 시작되었다. 모두 열 편에 이르는 논문이 발표되었고, 발표마다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학술 세션은 “영상매체를 통해 형성된 전쟁에 대한 공공의 역사기억”이었다. 일본대학의 미사와 마미에(三澤眞美惠) 교수는 타이완 원주민의 항일무장봉기사건을 다룬 영화 “세디크 발레(賽德克·巴萊)”의 내용과 당시 실제 사건의 양상을 비교함으로써, 역사적 사건의 “재현 불가능성”이라는 문제를 생각해 볼 것을 촉구했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의 김청강 교수는 1960년의 한국 영화 “돌아온 사나이”를 통해 식민지인으로서 한국인이 겪었던 제2차 세계대전의 기억이 어떻게 억압되거나 호명되어 대중문화에 반영되었는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대만 칭화대학교의 췌이 바오구오(崔保國) 교수는 중국에서 중일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와 TV 작품들이 어떻게 변천해 왔으며, 그것이 다시 중국인의 전쟁 기억을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지 소개하였다.
두 번째 세션 “대중매체의 전쟁서사와 대중의 전쟁 기억”의 첫 발표자인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위원 윤소영 박사는 청일전쟁기 일본의 대중매체가 전쟁을 어떻게 묘사했고 일본 국내에서 전쟁에 대한 열광적 지지를 어떻게 이끌어 냈는지,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일본인의 조선에 대한 인식이 이후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었다.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의 후펑(胡澎) 박사는 이후 시기 일본 매체의 전쟁 서술 양상을 소개하고, 그러한 서술이 일본인의 전쟁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구성하였는지 소개하였다. 그리고 일본 도쿄대학 동양문화연구소의 이시이 유미(石井弓) 박사는 중국 농촌에서 집단 영화 관람의 경험이 어떻게 세대를 뛰어넘어 전쟁에 대한 기억을 이어 주는지 보여주었다. 집단 영화 관람이라는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일본의 침략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도 일본군의 침략에 대한 꿈을 꾸는 등 기억을 공유하게 되었다는 현지 연구 결과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 다음으로 “일상생활에 표상되어 있는 역사기억과 전쟁 이미지” 세션에서 다시 세 편의 발표가 이어졌다. 중국 푸단대학의 장종민(张仲民) 교수는 중일전쟁기의 중국 지식인 왕스풔의 일기를 분석하여 전란이 그의 세계관과 여성관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웠는지를 살펴보았다. 이어서 광주교육대학교의 류시현 교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태평양전쟁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며, 일본의 전쟁 동원 논리와 이미지 등이 조선인 사회에 어떻게 침투하였는지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의 후쿠마 요시아키(福間良明) 교수는 일본 히로시마의 “원폭 돔”과 평화기념공원을 소재로, 히로시마가 종전 후 “기억의 장”으로 새롭게 구성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모든 세션의 발표가 끝난 뒤에는 연세대학교 백영서 교수의 사회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영상매체, 매스컴 등에 나타난 전쟁에 대한 기억, 그리고 일상생활에 표상되어 있는 대중들의 전쟁에 대한 이미지 등을 여러 갈래로 다루었다. 참석자들은 이를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하여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촉구했으며, 나아가 동아시아 역사학자들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평화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데에도 인식을 함께 하였다.
작성자: 김태호 HK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