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소가 사회화사업의 일환으로 역점을 두어 추진한 “국경을 넘는 어린이·청소년 역사책” 시상식이 올해로 세 번째를 맞았다. 시상식과 기념 강연이 2월 29일(토) 오후에 한양대학교 인문과학대학 205호에서 열렸다.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위촉한 심사위원들이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1월 사이 출간된 어린이·청소년 역사책 가운데 네 편의 도서를 본심에 올려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어린이 부문의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김흥식 엮음, 서해문집)는 외신 기사를 토대로 안중근의 재판 기록을 재구성하여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참신한 착상과 구성으로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건 당시 안중근의 주장, 그를 기소한 일본측의 주장, 그리고 그 공방을 전달하는 외신의 목소리 등을 그대로 읽어봄으로써, 독자들이 안중근과 그의 활동을 더 입체적으로 생생하게 이해하고 그 의미에 대해 독자 스스로의 주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청소년 부문의 『거창의 역사』(신용균 지음, 역사공간)는 시중의 역사책 대부분이 중앙의 시선에서 출발하는 것과는 반대로, 지역의 시선에서 출발하여 한국사라는 더 큰 서사와 합류하는 역사 쓰기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은 지역을 “변방”으로 치부하는 중앙 중심의 역사 쓰기와도 구별되며, 다른 한편으로 지역 출신의 위인이나 명사를 알리는 데 치중하는 기존의 지역사와도 구별된다는 점에서, “국경을 넘는 역사” 쓰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경을 넘는 어린이·청소년 역사책”은 올해 처음으로 어린이 부문과 청소년 부문 둘 다 대상 수상작을 선정할 수 있었다. 비록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출판 시장의 척박한 현실이 본심 대상 도서를 선정하고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안겨 주었지만, 이처럼 수상작들의 수준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인 신호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시상식과 함께 열린 기념 강연회는 “새로운 매체 환경 속의 어린이‧청소년 역사책”을 주제로 삼았다. 이번 강연은 여러 갈래의 도전에 직면한 도서 출판 시장에서 역사라는 콘텐츠는 어떠한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는지 여러 분야의 전문가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답을 찾아 보고자 기획되었다.
첫 번째 연자인 김선웅 작가(필명 “굽시니스트”)는 “이미지 언어로 기억되는 역사”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그림이 글 못지않게 역사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으며, 따라서 만화라는 매체가 역사의 저변을 넓히는 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두 번째 연자인 한지원 작가는 경력 27년의 방송작가로서 “방송 제작에 필요한 역사 스토리텔링”이라는 주제로, 다채널 다매체 시대로 진입하는 지금의 방송 환경에서 역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성공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여주었다. 세 번째 연자인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의 박기수 교수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이 가까워야 할 역사문화콘텐츠”를 주제로, 성공적인 역사문화콘텐츠가 갖추어야 할 요건은 무엇이며, 대학에서 역사문화콘텐츠를 전공한 인력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경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하였다.
트랜스내셔널 역사학의 문제의식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킨다는 시상식의 취지를 감안하면, 많은 청중이 함께 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네 차례의 학술 행사와 세 차례의 시상식을 치르면서 기틀을 다진 만큼, 앞으로 출판계와 독서 대중에게 상의 취지를 더 적극적으로 알려 나간다면 의미 있는 상으로서 정착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 또한 보여 주었다.
작성자: 김태호 HK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