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26일에 걸쳐서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대만중앙연구원 대만사연구소와 공동으로 타이페이 대만중앙연구원에서 “식민지지배정책과 재지사회-대만과 조선의 비교연구”라는 제목으로 워크샵을 개최하였다. 양 연구소는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라는 공동된 역사적 경험을 한 대만과 조선의 역사에 관한 공동연구를 통해 식민지시기에 관한 새로운 문제의식과 연구시각을 얻기 위한 공동연구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기로 하였다. 이번 워크샵은 대만과 조선에서의 일제의 식민지 지배정책과 그에 대응한 재지사회의 변화를 주제로 올해 10월에 한국 한양대에서 개최될 예정인 심포지엄을 준비하기 위한 프로포절 발표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한국과 대만의 연구자들은 이주, 교육, 가족, 저항운동이라는 공통주제를 가지고 파트너를 정해서 식민지 대만과 조선의 사례를 발표하고 서로 비교하며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첫 세션에서는 이주 문제로서 연세대의 마이클 김 선생님이 “재만조선인의 취적문제를 통해서 본 호적과 국적과 국가문제”라는 주제로 식민지시기 만주로 이주했던 조선인들의 취적 상황을 분석하였다. 대만 쪽에서는 대만중앙연구원의 대만사연구소 소장인 허설희 선생님이 “전후 만주에서 대만인의 회귀와 분산”이라는 제목으로 식민지시기 만주에 갔던 대만인들의 상황을 분석하는 것과 관련된 연구계획을 발표하였다. 한편, 식민지 대만과 조선 사이의 이주 문제와 관련하여 대만사 연구소의 진정원 선생님이 “일본 제국 주변부의 권력구조와 디아스포라: 펑후 유곽의 여성인구 이동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대만의 펑후지역에 이주했던 조선인 창기들에 대한 연구계획을 발표하였다. 만주에 갔던 조선인과 대만인들의 국적 문제, 그리고 만주에 갔던 조선인들이 계층이나 직업적으로 매우 다양했던 반면, 대만인들은 주로 의사를 중심으로 한 엘리트 집단이었다는 차이점, 대만과 조선에서 유곽 안에서의 민족별 구성의 차이 문제 등은 이 세션에서 논의된 흥미로운 논점이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식민지에서의 교육을 주제로 한국 쪽에서는 비교역사문화소의 소장인 박찬승 선생님이 “식민지 조선에서의 교원양성 제도와 교원자질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대만 쪽에서는 대만사범대학 대만사 연구소의 소장인 쉬페이시엔 선생님이 “일치하 공립학교 교사의 학력”이라는 제목을 양 식민지의 교원에 관한 연구계획을 발표하였다. 대만의 경우 교직원의 이력서가 다량 남아 있어 교직원의 경력에 관한 풍부한 자료가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식민지에서의 가족, 특히 가족법과 관련된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한국측에서는 홍양희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가 “‘내연’과 ‘불륜’의 정치학: 식민지 조선의 ‘사생아’제도와 그 균열상” 이라는 주제로 식민지 가족법의 부계혈통주의의 문제를 사생아 제도와 관련하여 분석하는 연구를 발표하였다. 대만 연구소의 증문량 연구원은 “일치시기 대만인 가족 재산제도 개혁과 여성의 지위변화”라는 제목으로 대만에서의 가족법의 변화와 여성의 재산권에 관한 연구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어서 한국 쪽의 소현숙 HK연구교수는 “식민지 조선에서의 동성동본불혼제와 ‘관습’의 재각인”이라는 제목으로 일제의 동성동본불혼제의 개정시도와 우생학의 작용에 관한 연구계획을 발표하였다. ‘관습주의’라는 가족법 영역에서의 일제의 법적 개입이 식민지 조선과 대만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그 유사성과 차이에 관한 흥미로운 토론이 이어졌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식민지에서의 저항운동을 주제로, 비교역사문화연구소의 HK교수인 윤해동 선생님이 “‘무단통치’와 식민지 사회의 변화”라는 제목으로 3.1운동에 대한 새로운 시론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대만의 吳叡人 선생님이 “무산청년과 대만초기 사회주의”라는 제목으로 대만에서의 사회주의운동에 관한 연구계획을 발표하였다. 반공주의에 묶여 사회주의운동사 연구가 제대로 진척될 수 없었던 그동안의 대만의 상황이 한국의 상황과 오버랩되면서 양국의 저항운동사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흥미로운 시사점들을 얻는 토론이 이어졌다.
비교사적 방법을 통해 양 국가에서 나타났던 식민지 지배의 유사성과 차이를 고민하고, 연구방법이나 자료상황에 대해서 서로의 상황을 들여다봄으로써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10월의 심포지엄이 자못 기대된다.
작성자: 소현숙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