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은 식민주의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통칭 관변 역사학으로 불리는 식민주의 역사학은 일반 역사학과 어떻게 다를까? 식민주의, 역사학, 그리고 제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지식생산의 정치적 관계는 무엇일까? 역사학과 정치, 제국주의의 이와 같은 복잡한 관계의 지형도를 탐구하는 학술대회가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 열렸다. <식민주의 역사학과 제국>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의 “식민주의 역사학”팀의 공동연구를 기반으로 한 학술회의 씨리즈로 2013년 제 1회의 학술회의를 개최한 이래 올해까지 세 번째 학술회의를 열었으며, 식민주의와 역사학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2016년 3월 25일 (금)에 세 번째로 열린 이 학술대회에서는 <역사학자를 통해 본 ‘식민주의 역사학’>을 주제로 하여 흥미로운 논의들이 진행되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총 5명의 국내외 발표자와 8명의 토론자가 함께하여 식민주의 역사학을 이끌었던 일본의 역사학자들의 논의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발표를 이어갔다. 오전에는 역사문제연구소의 장신이 미우라 히로유키의 조선사 인식과 ‘조선반도사’를 중심으로 조선사편수회가 성립되기 이전의 조선 통사 서술작업에 관한 흥미로운 발표를 하였다. 철저한 동화론자로서 방대한 사료의 철저한 실증주의를 통하여 조선사를 서술했던 미우라의 작업이 조선총독부의 정치 속에서 결국 미완으로 끝났던 과정이 흥미로웠다. 두 번째 발표로는 국회도서관의 박찬흥이 방대한 양의 고대사 연구를 해왔던 이케우치 히로시가 엄격한 실증주의적 방법론을 통하여 어떻게 한사군의 위치와 지나인, 조선인, 왜 등의 기원과 관계에 관한 연구를 통해 식민주의의 핵심 중 하나인 식민지 타율성론 도출해 내었는지에 관하여 발표하였다.
이어서 오후 세션에서는 서울대의 정준영이 이마니시 류의 식민지 역사에서의 ‘종족성’이 어떻게 발견되었는지에 관하여 발표하였다. 특히, 정준영은 역사 서술론에 관하여 흥미로운 문제제기를 하였다. 그는 실증사학이라는 방법론을 통하여 어떻게 식민주의 역사학이 권위 있는 지식을 생산해 내었는지 즉 어떻게 “역사적 진리”라고 믿게 만드는 서사구조를 도출하였는지를 탐구하였다. 정준영의 흥미로운 설명에 따르면 조선사 연구의 권위자였던 이마니시 류는 부단한 실증을 통하여 낙랑을 통한 조선반도의 지나화 즉 종족화를 진리체계로 도출해내었고, 이러한 논지는 근대에 들어서 일본화를 정당화하는 논지로 이어졌다. 이어서 한림대학교의 정상우는 그간 식민지 역사학 연구에서도 비교적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던 도리야마 키이치의 발해사를 살펴보았다. 정상우는 특히 도리야마의 발해와 말갈의 관계, 북방 문화의 독자성 등에 관한 연구가 동아시아사에서의 만주를 중국과 분리해 내고, 이것이 일본의 만주지배를 위한 정치와 맞닿아있음을 흥미롭게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리쓰메이칸 대학의 심희찬은 미시나 쇼에이의 신화연구가 어떻게 ‘민족고유의 것’을 발명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는지, 또 이것이 조선을 북방과는 다른 남방문화로, 일본문명의 ‘과거’로 소환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이어서 종합토론 시간에는 도면회 대전대 교수는 고정불변의 식민주의 역사학이란 없으며 누가 (개인 혹은 기관) 어떤 관점과 방법론을 통해 역사서술을 하느냐에 따라서 매우 다양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리쓰메이칸 대학의 카쓰라지마 노부히로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실증주의, 과학주의, 사실기반 이라는 근대 역사 서술론이 국민국가와 그 제도를 통하여 발전하여왔으며 이러한 서술론이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근대학술주의에 내재한 식민지주의에 경계를 할 필요가 있으며 앞서 정준영이 지적한 역사-진리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역사 서술론과 제도 자체를 비판하고, 이를 초월할 수 있는 새로운 트랜스내셔널, 비근대주의, 비과학주의적 연구들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이 날 학술대회는 소위 조선반도사, 만선사, 한사군, 낙랑군, 발해사 등 오늘날까지도 고대사의 중요한 쟁점으로 내려오고 있는 민족의 기원에 관한 지식 생산을 주도 했던 일본 역사가들의 논의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또 얼마나 지난한 사료 실증의 작업을 통하여 치밀하게 구성되었는지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였다. 또한 역사학이라는 지식과 담론의 생산이 어떻게 현실정치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재고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었다. 또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고사 논쟁들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와 같은 논의가 단순히 식민주의 관변사학의 문제가 근대의 지식, 담론 생산이 얼마나 견고한 진리체제를 구축하여왔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논의를 효율적으로 파괴하기 위한 대안적인 지식생산은 또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앞으로 이어질 식민주의 역사학 팀의 네 번째 학술회의를 미리 기대해 본다.
작성자: 김청강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