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소가 사회화사업의 일환으로 역점을 두어 추진한 “국경을 넘는 어린이·청소년 역사책” 시상식이 올해로 네 번째를 맞았다. 시상식과 기념 강연이 2월 24일(금) 오후에 한양대학교 인문과학대학 205호에서 열렸다.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위촉한 심사위원들이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1월 사이 출간된 어린이·청소년 역사책 가운데 총 5권의 추천도서를 선정하였고, 2017년 1월 24일에 개최된 본심위에서 최종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예심 단계에서 이미 상당 수준의 심사가 이루어진 만큼, 본심에서는 예심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상 제정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하는 데 최선을 다하였다. 본심위원회에서는 트랜스내셔널이라는 가치를 존중하면서 완성도, 가독성, 확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이경훈 작가의 『(분노하기 전에 알아야 할) 쟁점 한일사』 (도서출판 북멘토) 가 청소년 부문 대상을 선안나 작가의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 –광복을 염원한 사람들』 (피플파워)가 청소년 부문 장려상을 수상했다. 안타깝게도 어린이 부문에서는 당선작이 나오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본심위원인 김기정(동화작가)은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에 관하여 이 책이 독립운동가와 친일파를 짝지어 같은 시대를 서로 다르게 산 인물들의 일대기를 조명하여,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자세인가를 청소년 독자들이 스스로 묻게끔 하였다고 평가하였다. 가문, 경제활동, 여성, 문인, 언론, 군대 등 다양한 방면에서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삶을 ‘대비’의 형식으로 구성하여, 선택의 갈림길에서 대의를 향해 가는 삶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는 평이였다. 또한 『쟁점 한일사』에 관해서는 한‧일 관계에서 쟁점이 되는 9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그 원인과 배경, 전개과정과 이를 극복하려는 양국의 노력에 관해 잘 정리하여, 기존 한‧일 관계에서 무조건 배척하고 혐오하며 무작정 분노했던 내용들에 대해서, 차분하고 친절하며 이성적인 어조로 진짜 분노해야 할 지점을 알려주었다고 평가하였다.
시상식과 함께 열린 기념 강연회를 통해서는 특히 최근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고대사를 어떻게 써 나가야 할지에 관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 발표자는 단국대학교 사학과의 심재훈 교수가 맡았다. 역사 서술론에 관한 문제를 시작으로 강연의 문을 열어 특히 상고사에 관한 서술에 있어서, 예를 들어서 한국의 기원이 2333년이라고 하거나, 만주, 고조선 등의 위치를 고고학적으로 증명하여 국가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고무줄 인식’의 위험성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역사 연구법이 동아시아에서 공유되었으며 특히 근대 민족주의적 사관이 극에 달하면서 나왔던 점을 강조하였다. 특히 ‘타국’으로서의 중국이 아니라 동아시아 문명의 요람으로서의 지하의 피라미드라고 명명될 수 있는 夏나라 문명 유적의 발굴과 진시황 유적 등 문명의 발전과정에 관한 설명은 무척 흥미로웠다.
두 번째 발표자는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의 송호정 교수가 맡았다. 이 강연에서는 고조선과 고구려 중심의 역사 서술을 벗어나서 부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고대사 연구에 관한 소개가 있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부여의 후손이었음을 자랑스러워하고 고조선의 후예라는 인식은 없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중국에서 랴오허(요하) 문명론이 등장하면서 중국의 동북지방을 중심으로 ‘황제의 문명’이라는 담론이 동북공정과 함께 현재 중국 땅에 해당하는 모든 지역을 통합하는 이론의 등장을 소개했다. 이 이론은 부여를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평가했는데, 이 지역을 답사한 다양한 사진자료 등을 보며 이러한 이론의 빈약성을 비판하고, ‘배타적이지 않은 국사’ 서술에 대한 단초를 제시했다.
역사 서술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훌륭한 강연에 이어, 수상작가 이경훈과 선안나의 소감 발표에서는 좋은 어린이, 청소년 역사책을 쓰고자 하는 작가님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벌써 내년에 열릴 “국경을 넘는 어린이·청소년 역사책”에도 올해와 같이 좋은 책들이 많이 발굴될 수 있기를, 또한 올해는 선정되지 못한 어린이 책 부문에서도 좋은 선정작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작성자: 김청강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