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관계의 긴장이 최고조로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김영란 (위스콘신대 역사학과)교수의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된 책이야기는 아주 먼 과거의 일을 환기시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의 책은 "남한에서의 기억, 화해, 재통합: 분단을 가로질러"라는 제목으로 2016년 렉싱턴 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김영란 교수가 발제에서 주로 다루었던 내용은 햇볕정책을 기조로하던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던 무렵 이산가족 재회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었다. 이는 2016년 지금의 시점의 국면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 사이 기존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남북 관계가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현실정치의 이러한 변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냉전이 만든 분단이라는 상황과 이를 개개인들의 심성적 기억 속에 아프게 자리잡게 한 이산의 경험은 여전히 어떤 해결을 지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특정한 이산가족의 문제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한국인의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기도고 하다.
그러나 이러한 집합적 기억과 화해, 재통합을 향한 열망은 현실정치의 지난한 과정 속에서 상당한 질곡을 겪었다. 이산가족 상봉의 역사도 불연속적인 양상을 띠어왔으며, 정치 논리로부터 자유롭지도 못했다. 이를 학문적으로 일정한 지속성과 연계성 속에서 재고찰하려는 시도는 따라서 일정하게 현실정치를 넘어서는 동시에 연구 소재와 범주를 보다 깊고 넓은 층위에서 심화해야하는 상당히 고도의 성찰적인 숙고와 지난한 천착이 요구되는 일일 것으로 보였다.
특히 남한에서 이산가족상봉이 갖는 정치사회적 함의와 연속성의 문제에 대해 여러 문제제기가 이루어졌고, 정치지리적인 임계성(liminality)과 분단의 경험을 멜랑콜리(Melancholy)라는 심성적 토대와 연관시키는 저자의 시각은 흥미로운 토론 소재를 제공해주었다. 저자가 대상으로 하고있는 소재는 결코 용이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이미 상당기간 천착해온 소재로서 조만간 출간될 그의 책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금 더욱 양자의 화해와 재통합을 숙고하는 이와 같은 관심이 다시금 우리의 '지금 여기'(hic et nunc)로 다가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성자: 이창남 HK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