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콜로키움에서는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한정선 교수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우익 문화에 큰 영향을 준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만화에 대해 분석했다. 기존의 많은 논의들이 고바야시 작품의 서사나 논리 분석에 치중하여 미디어로서의 만화가 갖는 특징을 상대적으로 간과했다면, 본 발표를 통해 작품을 언설과 이미지로 나누어 고찰함으로써 고바야시 만화가 담고 있는 주장뿐 아니라 미디어적인 특징이 그러한 주장을 어떠한 방식으로 가시화하는지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고바야시의 만화 『전쟁론』은 주로 공(公)과 개(個)의 극단적 대립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를 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대동아전쟁’을 호명하는 서사 전략을 사용한다. 하지만 『전쟁론』에서 드러나는 반지성주의적이고 상식주의적이며 국가 귀속적인 언설은 기형화, 기호화, 평면화라는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가시화 전략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즉 『전쟁론』은 특징적인 부분을 과장하여 이미지를 기형화하는 만화라는 미디어의 속성을 충실히 따르고 있을 뿐 아니라, 더듬이처럼 삐친 머리나 특징적인 말버릇과 같은 같은 모에 기호를 주인공 캐릭터에게 부여함으로써 오타쿠 문화의 기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평면 공간에서 이미지를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만화 미디어의 평면성은 현대의 일상과 과거 역사를 나란히 배치해 사건을 탈역사화, 탈맥락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토론에서는 만화에서 텍스트와 이미지가 공존할 때 어떠한 시너지효과가 있으며 이를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과 함께 많은 흥미로운 논점들이 제기되었다. 가령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영향력이 만화라는 미디어의 효과라고 하기 위해서는 역시 독자라는 관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데, 모든 미디어가 마찬가지겠지만 미디어의 특징을 분석하는 것과 그것이 오디언스와 갖는 상호 작용에 대한 분석 사이에는 거리가 존재하기도 한다. 유사한 주장을 담은 다른 만화들의 효과와 비교하거나 인터넷 우익과는 대립하는 입장을 고바야시와 유사한 방식으로 가시화할 때 그것 또한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가져올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고바야시가 작품을 연재하는 잡지라는 미디어 자체의 특징과 보수 주간지와 만화잡지라는 잡지들 사이의 차이가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그 외에도 고바야시가 엘리트 문화에 대한 대항문화의 대표자로서 자신을 그리고 있는 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고바야시의 만화에서 오타쿠 문화적인 모에 요소를 찾는 것이 적절한지 등 다양한 질문들이 나와서 발표에 대한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성자: 심정명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