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암흑의 대륙’이라고 명명하면서 아프리카는 유럽 열강의 각축의 대상이 되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과 벨기에 그리고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등은 자신의 실력에 맞추어 아프리카 대륙을 나누어가졌다. 2차대전이 끝나고 ‘아프리카의 시대’가 개막되면서, 이 대륙은 다시 미국과 소련의 냉전을 수행하는 대리전장이 되었다. 탈냉전 이후 한때 잊혀지는 듯했던 대륙이 다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넥스트 아프리카’가 기회의 대륙으로 뜨겁게 부상하고 있는 중인바, 그 기회에 가장 열렬하게 편승하고 있는 사람들은 중국인들이다. 최근 10년 동안에만 아프리카로 이주한 중국인은 모두 1백만명 정도, 아프리카가 ‘중국의 두 번째 대륙’이 되고 있다는 비판과 견제가 예사롭지 않다. 이리하여 아프리카는 한국인들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지역이 되고 있는 중이다.
<아프리카 이주민의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 : 코트디부아르의 아그방 사례>라는 발표는, 아프리카 정치를 전공한 이한규 교수의 현지조사에 바탕을 둔 보고였다.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으며 ‘아프리카의 프랑스’라고 불리는 코트디부아르는, 서부 아프리카 해안지역의 중심국가이다. 한반도의 1.4배 정도 면적에, 1인당 GNP는 약 1,800불 정도에 지나지 않는 빈국, 그리고 기독교인이 약 30%를 차지하고 있어 나머지 토착종교를 가진 사람과의 사이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그런 국가이다.
현지조사의 대상지역은 코트디부아르의 중심도시 아비장의 변두리에 있는 아그방이라는 소도시. 원래는 원주민들이 중심인 전통적인 도시였으나, 북쪽 국가에서 이민족이 조금씩 이주하여 현재는 말리인과 부르키나파소인 등 이주민이 도시 주민의 78%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정착을 목적으로 한 가족이주가 중심을 이룸으로써 이주민의 새로운 장소성(locality)이 공고화되고 있으나, 원주민과의 접촉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한다. 따라서 주류문화가 소수문화가 되었고, 통합되지 않은 이주민의 문화가 다수문화가 되고 있다고 한다.
“동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혼종화”가 다문화사회적 통합의 이상주의적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면, 아그방의 이주민사회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이한규 교수는 이주민들의 공간애착은 대단한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으나 이주민문화가 원주민문화와 통합되지 못하고 분절되어 상호배타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이들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는 듯했다. 이주민들이 배타적인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전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으나, 그조차 쉬운 목표는 아닐 것이라는 평가이다.
사족 아닌 사족 하나. 아프리카 지역은 통계나 자료가 대단히 적고, 있다고 하더라고 접근가능성이 매우 제약되어 있는 지역이다. 왕복에 많은 시간(4-5일)과 경비가 소요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아프리카 현지연구에 대한 한국연구재단이나 학교의 지원은 약소하기 짝이 없다. 한국에서 아프리카 현지연구를 시도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배짱과 끈기와 배고픔을 필요로 하는 것이겠다. 이렇게 이한규 교수는 보고를 마무리했다.
작성자: 윤해동 HK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