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콜로키엄에서는 이화여자대학교 진세정 교수(국제학부)가 “한국전쟁기 중국의 문화적 냉전과 전쟁 기억”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다. “Autonomy Through Social Networks: Law, Politics, and the News Media in Modern China, 1931-1957”이라는 논문으로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진 교수는 그동안 1930년대에서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권위주의적 당 국가 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미디어의 구조 변화와 그것이 가진 정치적 역할을 탐구해 왔다. 토론은 “한국전쟁시기 반미대중운동과 아시아냉전”이라는 비슷한 주제의 논문을 쓴 바 있는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의 임우경 교수가 맡아서 하였다.
이 날 발표에 따르면, 이 연구는 중국의 냉전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전(propaganda)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던 듯하다. 그는 한국전쟁을 사회주의 혁명을 공고화 하는 기회로 인식한 모택동과 중국공산당이 반미의식 구축을 위해 대중의 집단적 전쟁기억을 재구성하는 방식과 그를 위한 선전 전략을 어떻게 구축해갔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중국공산당은 냉전이데올로기를 선전하고 대중동원을 함으로써 정권의 강화를 도모하였는데, 특히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대중의 정서, 즉 중일전쟁의 기억을 소환하는 정치학을 이용하여 반일 감정을 반미 감정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을 “현재의 좋은 날”을 위협하는, 일본과 같은 존재로 가시화시킴으로써 대중적으로 반미 운동이 전개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 자리에서는 대략 세 가지 측면에서 논의가 이루어졌다. 우선, 연구의 핵심적 키워드 중의 하나인 ‘냉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특히 약정 토론자인 임 교수는 진 교수의 연구에는 냉전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전쟁기를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험적으로 이미 전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다음으로, 중국에서 ‘선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다양한 측면에서 질문이 있었다. 중국에서 군중노선에 근거한 선전이 가지는 특징이나 특수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 다시 말해 선전에 대한 논의를 어떠한 방식으로 확대시켜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뿐만이 아니라 이를 중국 혁명의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할 필요성들이 제기되었다. 끝으로, 공소대회와 같은 정치적 선전 행위에 직접 참여하였던 대중들의 행위성 문제에 대한 분석이 제기되는 등 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앞으로의 연구가 더욱 기대되는 자리였다.
작성자: 홍양희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