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전쟁은 성폭력이 전쟁 전술로까지 이용되면서 여성의 삶을 더욱 철저히 파괴하고 있다. 20세기 후반에 발발한 전쟁에서 사망자는 대부분 민간인이고 그 중 여성과 여아가 80-90%를 차지한다는 보고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번 시민강좌는 ‘전쟁과 인권’이란 주제로 그 자체로 ‘폭력’을 내재하고 있는 전쟁이 어떻게 여성의 인권을 유린해 왔는지 살펴보고, 나아가 전지구적 차원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고자 마련되었다.
강좌는 총 5강으로, 젠더적 관점으로 보는 군사주의와 평화주의에 대한 담론에서 시작하여, 그것이 야기한 구체적인 동·서양 사례를 들어본 다음, 군사주의와 폭력을 넘어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세계평화’라는 지향점에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강좌를 마무리하였다. 특히 여성학, 역사학, 법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각자 연구 분야의 관점과 방법론을 반영한 강의를 준비하여, 시민들은 ‘전쟁과 여성인권’에 대하여 폭넓게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1강에서는 여성학 연구자인 정희진 선생이 <젠더 관점으로 보는 안보ㆍ군사주의와 평화>라는 제목으로 강의하였다. 기존 서구 여성주의에서의 평화와 폭력에 대한 논의들을 살펴보고 폭력과 젠더 개념을 탈식민, 탈서구적으로 성찰하며 근대적 평화 개념을 모색하였다. 2강에서는 대구대학교의 정용숙 선생이 <2차대전 당시 나치국가의 성폭력>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하였다. 유태인에 대한 공개 사과 등 과거 청산의 모범국으로 알려진 독일에서 강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손해배상과 사회적 관심이 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을 탐색하였다. 3강과 4강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었는데 먼저 3강에서는 강정숙 선생이 <일본군 ‘위안부’ 연구의 현황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위안부’ 용어의 역사성을 총체적으로 검토하는 데서 시작해 군위안부 동원을 통한 한일양국의 논쟁에 대한 역사연구자로서의 입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책임 문제 청산과 극복의 해결방안 등을 강의하였다. 4강에서는 조시현 선생이 <국제법으로 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는 제목으로 강의하였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으나, 근대의 국제법이 전쟁 중의 행위를 규율하는 국제인도주의법과 국제인권법을 발전시키고 있음에 비추어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으며, 해결을 위한 움직임에서 어떠한 것들이 시도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마지막 5강에서는 이상의 사례들을 종합하여 이정은 선생이 <군사주의를 넘어서: 여성인권과 세계평화>라는 제목으로 전쟁·여성인권·세계평화의 삼자관계를 검토하고, 세계평화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철학자 칸트의 답을 강의하였다.
이번 시민강좌를 통해 시민들은 동/서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전쟁의 폭력성을 성찰하고 전쟁과 여성인권, 그리고 세계평화의 상호관계를 살펴보며 트랜스내셔널 관점으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거의 매주 비가 오는 궃은 날씨에도 많은 수강생이 참여하였고 수강생들에게 의견을 수렴한 결과 강좌의 구성과 진행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응답하였다. 추후 참여의향도 높게 나타나 하반기 시민강좌 개설시 이번 수강생들이 긍정적으로 수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각 강좌마다 강사진의 철저한 사전준비와 양질의 자료배포로 수강생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시민강좌 시간이 늦은 시간에 편성되어 강의와 질의응답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작성자: 최혜주 HK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