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는 2016년 하반기 콜로키움을 ‘트랜스내셔널 도시사’ 라는 주제로 세 번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다. 그 첫 번째 포문을 연 9월 2일의 콜로키움은 부산교육대학교에 재직 중이시며 서양사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하고 계시는 전진성 선생님께서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도쿄·서울』 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아 주셨다.
전진성 선생님은 최근 같은 제목으로 출간된 두터운 책을 통해 독일의 베를린, 일본의 도쿄, 식민지 조선의 경성이라는 시공을 달리하는 서로 다른 도시들에서 어떻게 ‘프로이센 고전주의’로 표현되는 ‘상상의 아테네’가 각각의 독특한 배경과 방식으로 펼쳐져 갔는가를 분석함으로써, 트랜스내셔널 도시사 연구의 새로운 전범을 보여주었다. 독일/일본/한국/동아시아사를 아우르고, 역사/문화/도시/건축. 제국/식민지를 넘나들며 근대도시사를 새롭게 재구성한 이 방대한 저작의 논의를 보면 놀라울 뿐만 아니라 개인 저작으로서는 찾아보기 힘든 엄청난 공력을 들인 대작이라는 찬사가 절로 나온다.
콜로키움에서 전진성 선생님은 구체적인 책의 내용보다는 주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와 의도, 방법론과 관련된 부분을 소개해 주었다. 그는 서구의 것은 ‘원본’이고 비서구의 것은 ‘짝퉁’이라는 그동안의 도식적인 인식을 뒤집고 서구 역시 그 자체로 ‘짝퉁’에 불과함을 드러내고 식민지 경성을 통해 오히려 서구의 민낯을 드러낼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이를 통해 모던이라는 담론이 어떻게 현실을 포섭하려고 했지만 포섭할 수 없었는가를 드러내고자 하였다는 것이다. 저자의 책 속에 담긴 도시경관과 건출물들의 수려한 사진들과 설계도 등을 통해 실감나고 재미난 설명을 해주실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과 달라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근대와 식민성의 문제에 대한 저자의 속 깊은 고민을 경청할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논의 자리가 되었다.
더욱이 발표 뒤에 이어진 학제간의 경계를 넘어선 열정적인 토론으로 콜로키움은 어느 때보다 더 학문적인 열정으로 빛나는 자리가 되었다. 토론은 역사사회학을 전공하시는 광운대의 김백영, 건축사를 전공하시는 카이스트의 조현정 선생님께서 맞아 주셨고, 발표자의 문제제기와 저작에 대해 기본적으로 경의를 표하면서도, 저작에서 나오는 ‘텍토닉’ 개념이 지나치게 남용된 것이 아닌가, 왜 베를린-도쿄-서울인가, 만주국의 수도 신경이 발표자가 주장하는 ‘싱켈의 텍토닉’이 더 완벽하게 구현된 도시가 아니었을까, 건축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도시를 얼마나 더 잘 이해할 수 있는가 오히려 사회사/도시사적 요인에 대한 고려를 더 해야 하지 않았는가 하는 등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분과학문을 넘어서는 방대한 연구인만큼 질문도 다양했고, 발표자 자신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한계들이 있었음을 대체로 인정하는 식으로 토론이 이루어졌지만, 그것이 이 책의 성과에 흠집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다양한 문제제기를 할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연구의 출발점을 마련한 전진성 선생님의 그간의 노고가 빛나는 콜로키움이었다.
작성자: 소현숙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