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내셔널 도시사'라는 주제로 진행하고 있는 2016년 하반기 콜로키움 세 번째 시간은
현재 동아대학교 사회학과에 재직 중이신 한석정 선생님께서 2016년
3월에 출간된 저작『만주 모던: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에 대한 발표를 해주셨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와 직결되어 있는 1960년대라는 시공간은 바로 1930~40년대 만주와 이어져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만주의 기억, 만주의 융합성, 만주의 유산을
돌아본 뒤 이러한 만주와 60년대 한국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고찰하는,
학술적인 의의가 클 뿐 아니라 만주와 관련한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 또한 함께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콜로키움에서 한석정 선생님은 먼저 만주가 중국사와
일본사 연구자에게 변방이었을 뿐 아니라 한국사와도 무관한 곳으로 남아있었음을 지적하였다. 괴뢰국인 만주국에
대한 악몽은 만주의 역사적인 혼합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한국의 역사 기술이나 대중 예술에서도 만주를
조선인 항일 투사와 관동군 양자가 대결하는 세계로 국한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만주는 긴 융합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일본, 러시아, 조선, 서양의 요소들이 뒤섞인 공간이었다. 또한 수세식 화장실과 731부대라는 예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만주는 첨단과 폭력이라는 근대의 기묘한 얼굴을 가진 곳이기도 했다.
『만주 모던』은 이처럼 만주라는 공간을 둘러싼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만주가 60년대 한국에 끼친 영향을 객관적으로 논하며 나아가 이것이 한국의 현재에
던지는 함의를 고찰하는 책이다. 이때 만주에서 한국으로 전해진 흐름이란 곧 '만주 모던'으로 명명되는, 압축
성장에 적절한 경직성 근대이다. 전후 한국의 근대국가는 일제시대 식민국가와 해방 후의 미군정뿐 아니라
만주국의 청사진도 사용되었던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한국의 재건 체제는 만주국식의 공격적인 통제
경제와 인적・물적 동원 등을 통해 기록적인 성취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이는 이후의 대형 참사와 환경 파괴 그리고 냉전 경쟁이 가져온 질곡 등을 낳았다.
토론에서는 『만주 모던』이 만철과 관동군의 영향이
가지는 중요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만주 특유의 폭력성을 드러낸 데 대한 높은 평가가 이어졌다. 한편, 일본 제국의 시스템에 만주라는 유형이 따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거나
'하이 모던'이라는 개념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에 한석정 선생님은 일본 제국이 동질적인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예컨대 부산과 만주의 차이처럼 일본 제국의 자장 안에 존재하며 총독부에 기원을 두고 있기도 하지만 그 안의 차이에 주목하고자 했음을
강조하였다.
작성자: 김청강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