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역사문화연구소의 2016년 하반기 콜로키움은
‘트랜스내셔널 도시와 공간’에 관한 새로운 연구서를 출판한 학자들을 모시고 ‘저자와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 2일에 열린 첫 번째 콜로키움에서는
부산교육대 사회교육과 전진성 교수의 『상상의아테네, 베를린·도쿄·서울: 기억과 건축이 빚어낸 불협화음의 문화사』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이어 10월 21일에 열린 두 번째 콜로키움에서는 경희대 사학과의 박진빈 교수를 초청하여 올해 6월에 출간한 저서 『도시로 보는 미국사: 아메리칸 시티, 혁신과 투쟁의 연대기』에
대한 강좌를 듣고 도시와 공간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토론자로는 문화지리학의
관점에서 글로벌 이주 현상과 지역 및 장소의 재구성 문제를 연구해온 이화여대 사회과교육과의 이영민 교수와 유럽 및 영미권의 도시문화론에 대해 연구해온
비교역사문화연구소의 이창남 교수가 참여하였다.
『도시로 보는 미국사』는 필라델피아,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세인트루이스, 샌프란시스코의 앨커트래즈,
워싱턴DC, 뉴욕 등 미국의 도시
공간을 통해 미국의 역사와 사회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 도시들은 도시의 형성이나 발전 과정이 다른 만큼 각기 다른 역사적 시기에 상이한 문제에 직면했다. 흑인 사회의 성장과 흑백 갈등, 미국 원주민의 타자화, 아시아계와 멕시코계의
이민, 계급 갈등과 인종 갈등의 다층적 관계, 국가 통합을 위한 기념과 기억의 정치, 젠트리피케이션 등은 그 예이다.
그러나 이 도시들은 미국의 변화를 주도했고, 미국이 당면한 주요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들이 실험되었으며, 미국의 국가 정체성을
구성하는 기반으로서의 각 지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따라서 이들의 역사적 경험을 비교 검토하고 미국이라는 국가의 역사와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살펴보는 작업은 매우 의미가
크다 하겠다.
박진빈 교수는 강좌에서 『도시로 보는 미국사』를 집필하게 된 동기와 학문적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뉴욕의 사례를 중심으로 생동하는 혁신과 투쟁의 공간으로서의 도시의 특성이 미국 국가사의 전개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특히 출판 사정상 책에
실릴 수 없었던 많은 사진 자료들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이러한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보다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박진빈 교수가 채택하고 있는 도시에 관한 역사서술론이 일국사적 접근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트랜스내셔널 관점과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열띤 논의가 이루어졌다. 또한 공간적 스케일(scale)의 사회·정치적 생산과 재생산이 마이너리티를 소외하고 배제시키거나 역으로 이들의 힘을 강화시키기도 하는 ‘스케일의 정치’에 관한 통찰이 『도시로
보는 미국사』에서 제시되고 있는 분석을 어떻게 풍부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토론이 벌어졌다.
이번 콜로키움에는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연구인력 외에도 한양대 내외의 연구자와 학생들이 다수 참여하였으며, 강좌와 지정토론 이후에도 한 시간 가량 청중들의 질문이 이어지는 등 활기찬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작성자: 김상현 HK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