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는 2017년 상반기에 세 차례에 걸친 콜로키움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로 3월 24일에 한국교원대 김동진 교수가 “‘니밥에 괴기국’에서 시작된 한국 생태환경사 연구‘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하였다. 토론으로는 서울대 규장각의 안승택 교수와 한림대의 김기윤 교수가 참여하였다.
2017년 2월에 발간된 김동진 교수의 『조선의 생태환경사』(2017년)는 한반도의 생태환경과 한국인의 삶이 큰 변화를 겪은 15~19세기 조선에 주목하면서, 조선시대 사람들의 활동의 영향으로 한반도의 생태환경이 급속한 변화를 겪는 동시에 당대의 사람들 또한 변화하는 생태환경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야생동물, 가축, 농지, 산림, 전염병 등의 생태환경을 두루 살피면서 보여주는 저서로 주목을 받았다.
본 콜로키움에서는 이러한 생태환경사 연구를 하게 된 계기를 김동진 교수의 개인적, 학문적 삶의 궤적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어렸을 때의 꿈이 쌀밥을 먹을 수 있는 ‘아버지’였다는 개인적인 체험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 김동진 교수는 이러한 쌀밥에 대한 민족적 욕망이 현대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통일벼를 예로 들어 지적하였다. 여기에서부터 “우리는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라는 문제의식이 도출되는데, 가령 조선시대의 식문화에 대한 기록 등은 기존의 경제사 논문과 실제 삶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연구가 15~19세기 한반도의 생태적 전환과 삶의 관계를 보여주는 『조선의 생태환경사』로 나아간다. 이를테면 개간을 통해 농경지가 늘어나면서 가용공간이 확장된 결과 야생동물은 감소하는 대신 소와 같은 가축은 증가하고, 소가 매개하는 우역, 홍역, 천연두 등의 전염병이 증가하는 등 미생물군의 변화도 함께 일어나게 된다. 이 시기, 가령 인구는 550~700만 수준에서 1500~2000만 수준으로 증가하게 되고, 경작지 면적 또한 네 배 이상 증가하게 되는데,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는 조선말을 정체된 사회로 보는 기존의 인식과는 배치된다고 하겠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주로 『조선의 생태환경사』가 취하고 있는 생태사의 관점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었다. 가령 김기윤 교수는 계량화를 통해서 거대한 역사적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음을 확인하면서도, 이 같은 일반화에서 역사 속 인간행위자의 역할이 지어질 수 있다는 약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안승택 교수는 『조선의 생태환경사』에 나타나는 수량사적인 강박에 대한 우려를 제시하는 동시에 빈약한 수량 데이터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연구자의 예단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인간 생활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생태가 기술된 듯한 이 책과 기존의 농업사, 생활사 등의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차이에 대한 질문과 함께, 생태환경사의 주인공은 누구여야 하는가라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작성자: 심정명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