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2일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는 콜로키움으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 재직 중이신 김지수 교수를 모시고, 그의 저서 『법의 감정(The Emotions of Justice: Gender, Status, and Legal Performance in Chosŏn Korea)』 에 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김지수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조선시대의 소송 자료들을 분석하여 조선시대 법의 영역에서 감정이 어떤 작용을 하였는지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이성/감정의 이분법에 기초하여 감성을 법의 영역에서 배제했던 서구와 달리 조선의 법문화에서는 원한을 푼다는 감정적 측면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지적했다. 이렇게 백성들의 원한을 푸는 것이 사법영역에서 중요했기 때문에 조선에서는 여성과 노비 등 신분이나 젠더 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존재들에게조차 법적 행위 능력을 부여하였고, 따라서 다수의 자료에서 소송을 제기한 여성과 노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지수 교수는 이러한 조선의 법적 전통은 여성이나 노예에게는 법적 행위능력을 부과하지 않았던 중세 유럽과도 다르고, 동일한 아시아권이었지만 여성이 법정에 가기 위해서는 남성 대리인이 필요했던 중국과도 다른 것임을 지적하고, 이것이 상대적으로 원한을 갖기 쉬운 차별을 받는 자들의 원한을 풀어줌으로써 사회적 조화를 유지하고 신분적·젠더적 질서를 오히려 공고화하기 위한 장치였음을 설명하였다.
각종 사례들을 곁들인 이러한 흥미로운 발표에 대해 토론은 연세대 법학연구원의 박경 교수와 본 연구소의 소현숙 HK연구교수가 담당하였다. 성리학에 의해 여성 억압이 증가해 간 조선후기 사회를 법의 감정과 주체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접근함으로써 적극적인 법적 주체로서의 여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김지수 교수의 저작이 조선시대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두 토론자가 모두 공감하였다. 다만, 이러한 법적 주체로서의 여성의 능동성이 성리학의 강화에 따라 여성 억압이 강화되었던 조선후기의 역사상과 어떻게 함께 이해할 수 있는지, 여성의 행위주체성이 너무 과대하게 해석된 것은 아닌지, 동일한 유교사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법문화의 면에서 중국과 달랐던 조선의 독자성은 어디로부터 기인한 것인지 등 여러 가지 흥미로운 토론이 이어졌다.
작성자: 소현숙(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