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7일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는 성공회대에 재직 중인 유선영 교수를 모시고 <식민지 트라우마: 한국사회 집단불안의 기원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콜로키움의 제목은 유선영 교수가 간행한 저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저서에서 유교수는 일제 식민지배시기의 경험을 ‘감정의 역사’라는 틀에서 조망하고 그 현재적 의미를 추출해내고자 시도했다. 감정의 역사에 관해서는 역사학계에서도 ‘망탈리테의 역사’ 등의 이름으로 해외의 연구가 소개된 적은 있었지만, 유 교수는 프란츠 파농의 논의를 끌어와 나름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이민족에 의한 식민지배가 당대 사람들에게 어떻게 경험, 지각, 의식되었는지를 추적하였다. 방대한 사료 속에서 조선인들이 경험했던 모욕와 수치, 그리고 그것이 남긴 트라우마를 분석한 유교수의 저작은 식민지의 일상을 읽는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토론을 맡은 성균관대의 이혜령 교수는 유교수의 저작이 그간의 식민지 근대성에 관한 연구가 간과해 온 폭력의 문제에 천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후 이어진 청중토론에서는 식민지배가 ‘폭력과 모욕의 체제’라는 저자의 문제의식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비근대사회의 유색인종이 서구문명과 조우했을 때 겪었던 트라우마와 관련된 파농의 논의를 조선인들의 경험에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유의미할지, 일제가 가져온 근대문명에 압도되었던 것은 조선인 중에서도 지식인층에 국한되었던 것은 아닌가, 그것을 대중적인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등과 관련된 흥미로운 토론이 이어졌다.
작성자:소현숙(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