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0일에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는 연세대학교 이화진 교수가 2016년에 출간한 <소리의 정치: 식민지 조선의 극장과 제국의 관객>을 중심으로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이화진 교수는 무성영화 시스템에서 발성영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토키의 이행에 따라 영화가 제작, 배급이 변화했으며, 이에 따른 관람 경험도 달랐음을 재미있는 여러 사례를 통해서 설명했다. 이화진 교수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는 서구에 비하여 오랫동안 토키 이행이 전개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층위의 상영 방식이 공존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민족, 지역, 계급, 리터러시,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대한 접근성 등이 관람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 수 밖에 없음을 설명했다. 그러나 토키 이행을 거치며 영화는 비로소 자기완결적인 상품이자 복제된 표상미디어가 되었고, 민족과 지역, 국경을 넘나드는 트랜스내셔널한 (혹은 제국적) 유동성이 강화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의 영화와 영화 문화는 토키 이행이 제국 일본의 전시 체제 재편과 거의 동시적으로 진행되면서 마이너리티 지역 시장의 독자적 생존을 위협받았고, 제국적 언어 편제에 의해 위계화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화진 선생은 <소리의 정치>는 무성영화기에 ‘동족(어) 공간’으로서 기능했던 동족어 공간이 ‘식민지/제국 체제’의 불균등하고 비대칭적인 상황을 맞이했음을 강조했다.
이화진 선생의 강연 이후 성균관 대학교의 김계원 선생님과 숙명여자대학교의 김은경 선생님의 열띤 논평이 이어졌다. 특히, ‘동족어’ 개념, 혹은 민족 극장에 관한 질문은 두 토론자 모두 지적한 바이다. 또한 김계원 교수는 동족어를 매체가 담는 monolingual한 방식이, 어쩌면 데리다가 그렇게 오랫동안 해체하려고 했던 서구-음성-중심주의와 같은 방식이 아닌가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민족어, 민족공간이라는 개념, 그리고 이중언어(다이글로시아)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끊이 없이 유동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질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기존의 영화 매체가 “보는 매체”라는 지배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소리”라는 새로운 감각으로 서술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소리의 정치>가 갖는 학문적 의미는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토론에서도 다소 중복적으로 지적되었듯이, 이들의 언어 공간을 어떻게 동족어-민족-민족공간 등으로 개념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의 정치>는 소리-언어 라는 감각-체계와 미디어를 연결하여 영화사를 서술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저작이며, 한국에서는 아직 미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미디어-감각사에 대해서 더욱 심도 있는 후속 연구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하고 싶다.
작성자: 김청강 HK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