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0일(금)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는 <이주와 유통으로 본 근대 동아시아 경제사>라는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하였다. 이번 콜로키움에서는 한양대학교 사학과에 재직 중인 강진아 교수가 연사로 나섰다. 중국 근대경제사를 전공한 강진아 선생님은 광동 재정 연구자로서 제당업, 연초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분야에 결부된 중국의 매판 자본과 양행자본에 관심을 두고 연구해 왔고, 한편 조선에 진출한 광동화교자본 동순태호에 대한 연구 성과도 꾸준히 발표해 왔다. 2011년에 출간한 연구서 『동순태호: 동아시아 화교 자본과 근대 조선』은 국내학계 뿐만 아니라 해외학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는데, 2017년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in Asia에서 동순태호의 영업활동 가운데 복권사업을 주제로 발표된 바 있고, 2018년 1월에 도쿄에서 개최된 한·일 중국근현대사 연구자 교류회에서는 문명기 교수(국민대)가 그 연구 성과를 일본학자들에게 소개한 바 있다. 오는 8월 이후에는 하버드-옌칭 연구소 방문교수로 동아시아 상인 디아스포라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 추후 연구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콜로키움은 지난 2월에 강진아 교수가 출간한 『이주와 유통으로 본 근대 동아시아 경제사 – 동순태호 담걸생 이야기』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2011년 출간된 연구서 『동순태호: 동아시아 화교 자본과 근대 조선』을 대중서 버전으로 리뉴얼 해 출판한 이번 저작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동아시아 근대 경제사를 선보이고자 하는 강진아 교수의 바람이 담겨있다. 조선에 진출한 광동화교자본 동순태호의 지배인인 담걸생과 그 혈족의 삶과 영업활동에 대해 재치 있는 입담으로 발표하였다. 지정 패널로 초청받은 김태웅(서울대 역사교육), 김희신(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독자로서 그리고 전문 연구자로서, 발표자에게 조언과 물음을 아끼지 않았다.
재조선 화교집단을 연구해 오신 김희신 선생님은 동학으로서 담씨 가문의 유산 승계인과 재산분배 문제를 담고 있는 문서인 <家規合約>을 공유하는 한편,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지적하였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조선의 식민지화 과정에서 조선화교사회가 산동자본 중심으로 재편된 원인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광동자본의 쇠퇴가 아닌 자발적 철수라고 보는 입장에 문제제기 하였고, 또한 동순태호와 담걸생의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다보니 조선 내 광동 화교자본의 역할과 의미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는 화교자본에 대한 경제사 연구자와 화교집단에 대한 사회사 연구자의 온도차에서 나오는 문제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광동 화교자본은 남양, 즉 동남아시아를 무대로 본국과 링크된 경제활동을 영유한 반면 산동인들은 대개 만주와 조선으로 이주하였다는 일반적인 설명이 통용된다. 요컨대 조선화교사회에서 동순태로 대표되는 광동화교 자본이 쇠퇴하고 산동화교자본 중심으로 재편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이와는 다른 결의 문제로 보다 세부적인 연구가 요구된다. 우선 조선에 진출한 광동 화교자본이 혈연이나 지역적 정체성을 구심점으로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며 본국과 링크되어 있었다고 한다면 동순태호의 영업적 실패를 단순히 광동자본의 쇠퇴나 철수로 단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또한 산동화교자본의 성격 자체에 대한 보다 세밀하게 살피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광동화교자본의 대립항이나 대체세력으로서 산동화교자본을 상정한다는 것은 해명되어야 할 부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동의하기 힘든 것이다.
작성자: 박상욱(한양대 사학과 석사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