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콜로키움은 이재원 선생님과 함께 『제국의 시선 문화의 기억』(이재원, 2017)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 저작은 국내에서 그동안 제국주의 연구가 축적되어왔음에도 여전히 미진한 영역에 속하는 프랑스 제국주의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학계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리고 기존의 제국-식민지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주로 정치경제적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면 이 책은 문화사적 관점에서 그 관계 양상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국주의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징적 방향에서 저자는 서구와 비서구의 비대칭적 관계가 형성되어온 양상을 프랑스 제국주의의 식민지 개척이 특히 강화되던 20세기 초에서 식민지 해방의 시기에 이르기 까지 검토하고 있다. 신문, 이야기,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문화적 매체를 통해 논증된 프랑스 제국주의의 양상은 생생하고 흥미로운 시사점들을 풍부하게 제공했다. 그에 대한 토론은 이 저서를 포함해서 국내 제국-식민주의 연구 일반과 관련하여 이루어졌다. 제국-식민주의 연구에서 문화적 전환이 가져온 함의에 대한 논의는 점점 섬세해지는 현재 연구들의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프랑스 내부에서 만들어진 노동, 공간, 젠더 등에서의 차별적 구조가 제국주의 이념과 함께 타지역에 대한 억압과 착취의 구조로 확대 강화해서 재생산되어온 바, 그러한 식민주의 작동의 역학의 중층성이 주요한 쟁점으로 논의되었다.
아울러 국내외 탈식민주의적 입장의 제국-식민주의 연구가 갖는 함의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어졌다. 제국주의에 관해서 국내에도 이미 상당히 많은 연구가 축적되었음에도 여전히 향후에 개척해야할 분야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이 저서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그리고 제국-식민주의에서 나타난 비대칭적 관계에 대한 비판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동반하는 부정적 효과 역시 지적되었다. 과거 제국주의 비판이 지역주의와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역설적 경향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을 지양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영역에서 서구-비서구의 왜곡된 관계를 탈구하는 방향은 어떻게 제시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상의 여러 논의들을 통해서 확인되는 것은 제국-식민주의 연구는 여전히 국내에서 정치사회문화적 영역에 걸쳐 주요한 연구대상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연구자들은 이러한 중요한 현안적 주제를 보다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차원에서 숙고해가야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이재원 교수의 『제국의 시선 문화의 기억』은 앞으로 하나의 주요하고 풍부한 참조지점이 될 것이다.
이창남 (HK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