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한양대학교 글로벌다문화연구원(원장 정병호)과 함께 지난 5월 4일부터 6월 8일까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국경을 넘는 인문학: 국민국가에 갇힌 상상력에 자유를!>이라는 제목으로 6회 연속 시민강좌를 개최했다. 이번 강좌에서는 각 분야에서 트랜스내셔널리즘 연구를 선도해온 6명의 학자들이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망라했다.
첫 번째 강연에서 정병호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장은 지금까지 정치적 망명자, 경제적 이주민, 문화적 소수자로 대상화되었던 탈북자들이 초국가적 연쇄이주와 재화 및 정보의 교류를 일상화하면서 새로운 초국가적 공간을 창출하는 주체임을 제시했다. 두 번째 강연자 정다함 상명대 교수는 15세기 사료들을 초국가적 시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훈민정음에 관한 주류 학계의 입장, 곧 훈민정음이 중국과는 다른 조선적 정체성에 입각하여 우리의 고유한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 창제되었다는 관점을 반박했다. 세 번째 강연에서 이희수 한양대 교수는 최근 발견된 고대 페르시아 서사시인 쿠쉬나메를 비롯한 다양한 사료를 통해, 한반도와 이슬람 세계 사이에 1200여 년간 지속된 교류의 역사성을 고찰했다.
재중동포와 재일동포의 초국성에 관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강연은 각각 재중동포와 재일동포 출신 강연자가 맡았다. 예동근 부경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재중동포’들의 ‘국경’을 넘는 행위가 ‘합법’과 ‘불법’의 이분법을 넘어 근대국가를 새롭게 구성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논의했다. 또한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는 재일조선인은 어떤 사람인지 질문함으로써 조국, 국적, 민족, 모국어, 민족문화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주문했다. 마지막 강연에서 윤해동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는 ‘전지구화’와 내전의 격화, 그리고 사회의 붕괴로 인해 이른바 ‘인간 쓰레기’가 양산되는 ‘비대칭 상황’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국민국가와 진보 관념에 입각한 역사학이 어떻게 변형되어야 할지 전망했다.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이 아직까지 다소 생경한 주제/문제의식임에도 불구하고, 매회 20~6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강연을 경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선하고도 날카로운 질문을 제기하여 강연자와 참석자 사이에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번 강좌가 트랜스내셔널 관점이 학계의 벽을 넘어 시민사회에 널리 유통되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작성자: 박정미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