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창주의적인 고대사 인식을 통해 대중의 역사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온 이른바 ‘재야사학자’들의 주장이 최근 다시 부상하면서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2015년 3월 20일 제27회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콜로키움을 개최하고 “한국고대사 인식의 이면”이라는 주제로 이 문제에 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연사는 ‘재야사학’적 고대사 인식의 문제점을 일찍부터 날카롭게 지적하고 비판해 온 경희대의 조인성 교수였고, 그에 대한 토론은 한양대 사학과의 신성곤 교수, 동국대 역사교육과의 윤선태 교수가 맡아주었다.
조인성 교수는 ‘재야사학’적 인식의 모체라 할 수 있는 일제 강점기 민족주의 사학자들의 한국 고대사에 대한 주장을 면면히 살펴보고 그 인식의 배후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신채호와 최남선 등 민족주의 사학자들은 식민주의 사학자들의 한국사 인식에 대한 반발로 연구를 진행하였지만, 결국은 식민사학과 인식론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었음을 지적하였다. 즉 근대의 식민지 개념을 고대세계에 투영하여 한사군이나 위만조선 등을 식민지로 해석하였던 식민주의 사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신채호나 최남선 역시 이들을 모방하여 산동반도 등에서 동이족이 식민 활동을 하여 식민지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조교수는 이렇게 근대의 특수현상인 식민지라는 개념을 가지고 고대세계를 해석했던 것은 그 이면에 우월의식과 차별의식이 내재되어 있으며 제국주의를 뒷받침하는 식민주의가 전제되어 있다고 지적하였다. 아울러 오늘날 식민사학을 비판하고 민족주의 사학의 계승자로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고 있는 재야사학은 스스로의 표방과 달리 그 인식의 내용이나 발상의 차원에서 이렇게 식민사학과 상통하는 역사인식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조교수의 주장에 대해서 토론자들은 전체적으로 공감하였고, 식민사관의 실체가 되는 황국사관의 성격, 민족주의 사학자들이 지녔던 식민지 개념의 내용, 현재의 재야사학자들의 주장과 그에 대한 학계의 올바른 대응 방식 등에 관하여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고대사 연구에서 ‘실증’이라는 것이 재야사학에 대항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도 피력되었다. 내셔널이라는 틀을 넘어선 고대사 인식을 위한 학계의 고민이 더 깊어져야 한다는 공감 속에서 진행된 이번 콜로키움은 ‘재야사학’적 역사인식이 왜 계속해서 대중을 파고들고 영향력을 행사하는가라는 문제가 앞으로 보다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과제는 단순히 고대사 연구자만의 몫만은 아니고 근현대사 연구자들의 관심 또한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작성자: 소현숙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