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의 또 다른 배경을 보았다>
2015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긴 전쟁이었으며, 이 전쟁의 결과를 통해 동서 냉전의 구축과 국민국가의 지형 변화 등 새로운 정치 지형을 생산해 낸바 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은 전선이 고정되어 형성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와 공동체가 전쟁에 동원되는 이른바 ‘총력전’의 극대화된 양상을 보여 주었다. 그동안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과 상당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전체적인 측면을 인식하는 데에는 다소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본 식민지배와의 관계로 한정하여 인식하면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었던 다양한 전쟁의 과정 및 결과물을 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므로 많은 한국인들의 인식 속에 남아 있는 제2차 세계대전은 부분적인 전투사의 조각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쟁의 경험과 기억: 제2차 세계대전’ 시민강좌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이하여 그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단편적인 전투사로 인식되던 기존의 틀을 깨고,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발생하였던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알리는데 상당한 공헌을 한 것이 사실이다. 강좌에 참여하였던 시민들은 한국 사회에서 놓치고 있었던 2차 세계대전의 많은 모습들을 알 수 있게 되었는데, 특히 소련의 ‘대조국전쟁’(소련에서 2차 세계대전을 일컫는 말) 경험을 발표한 노경덕 선생의 강의를 통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막중한 역할과 소련 국민들의 처절하였던 전쟁 경험을 들을 수 있었고, 최호근 선생(독일의 상이한 2차대전 기억)과 윤명숙 선생(일본군 위안소 제도), 박진우 선생(천황의 전쟁 책임)의 강의를 통해서는 사회마다 전쟁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권용립 선생(2차 세계대전과 미국)의 강의에서는 미국이라는 대제국이 탄생하게 된 주요 배경으로서의 2차 세계대전을 상세히 들을 수 있었고, 한상도 선생(중일전쟁 시기 한중관계)의 강의를 통해서는 중일 전쟁의 격동기 속에서 한국의 독립운동 진영이 어떻게 중국과 관계를 맺었는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첨부되었다. 사실 위와 같은 강의 내용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참전국을 중심으로 한 것들이기에 상당히 흔하게 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강의의 내용들은 결코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서 형성되지 않았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제2차 세계대전의 본질과 대면하고 있지 못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번 시민강좌의 궁극적 목표는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여러 지역의 사회사들이 트랜스내셔널 관점에서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는 가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데 있었다.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지만 강좌를 듣고 있던 시민들의 표정들을 보았을 때, 위와 같은 시민강좌의 목표는 많은 부분에서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다 폭넓은 학술적 욕구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주제에서 위와 같은 시도가 필요하다 것을 깨닫게 한 행사였다.
작성자: 노용석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