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3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산타바바라)의 배형일 교수를 모시고, 2014-2015년 콜로키움의 대주제인 “Unimagining the Past” 씨리즈의 마지막 콜로키움이 열렸다. "Unimagining the Past" 시리즈에서는 '과거'에 대한 지식과 담론이 민족, 종족, 인종 등 집합적 정체성의 (재)구성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개최되었는데, 배형일 교수의 강연 “Capturing Visions of the Hermit Kingdom: Early Photography, Mass Media and the Tourist Imagination”은 인종과 민족의 표상이 어떻게 근대의 카메라에 담겨왔는지를 추적하는 강연이었다.
특히 이 강의에서 배교수는 조선을 여행했던 여러 사진사들(Felice Beato, Percival Lowell, George Rose, Mukarami Tenshin)을 중심으로 이들의 카메라가 19세기 조선의 모습을 원시적이고 후진적인 과거의 모습으로 담고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때 형성된 인종의 모습은 상당히 고정되어 이후 우편엽서 등 상업적인 조선의 이미지를 대량으로 생산해 내는 것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어 이러한 이미지의 연출이 단순히 이러한 초기 근대시기뿐만 아니라 최근 한류현상과도 견주어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이어진 미국 조지아 대학의 김계원 교수의 토론에서는 이러한 카메라의 시선에 관한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예를 들어 사진을 찍는 사람의 시선도 누가 찍는가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관점들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이러한 사진을 보게 되는 관객들도 사진이 의도하는 바와 달리 여러 관점에서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되었다. 또한 사진이 배포되는 과정에서 어떤 미디어에 실리는가에 따라 (inter-medial) 사진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여, 사진의 역사인류학적 접근을 좀 더 긴밀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배형일 교수가 밝혔듯이, 이 연구는 아직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위에 지적된 사진 인류학적 관점이 좀 더 세밀한 맥락에서 추가된다면, 앞으로의 연구가 더욱 기대되는 강연이었다.
작성자: 김청강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