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한양대학교 사학과와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석학초청강연이 예정대로 개최되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오전부터 장대비가 쏟아진 터라 얼마나 많은 청중이 자리를 함께 할지 의문이었지만, 역시 기우에 불과했다. 강연장은 약 40명의 청중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일부 청중은 복도에서 강연 내용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하마시타 교수는 두 가지 강연 자료를 준비했다. 본인의 연구 이력을 정리한 문서의 한글 번역본이 사전에 배포되었으며, 아울러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한 PPT가 제시되었다. 실제 강연에서는 후자가 이용되었다.
주로 학부생을 대상으로 강연한다는 점을 고려했는지, 하마시타 교수는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기초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서 글로벌시대에 이르러 기존의 공간계열이 변화했음을 예시하며 역사연구는 지역연구가 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즉, 세계, 국가, 지역, 지방, 지구, 해양 등이 종횡으로 얽히며 복잡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 이상, 기존의 종적인 공간계열구성을 바탕으로 역사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올바른 방향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UBC(Union of Baltic Cities)라는 발트해 연해의 도시연합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강연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하마시타 교수가 강조한 트랜스리저널, 트랜스로컬이라는 개념이었다. 질의응답시간에도 트랜스내셔널과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는데, 하마시타 교수는 트랜스내셔널이라는 것이 자칫 국민국가라는 틀을 본질화 혹은 공고화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트랜스리저널, 트랜스로컬이라는 개념이 오히려 역사현실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그밖에 지역사 연구에서 중심과 주변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라는 질문 등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중심과 주변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은 고정불변의 어떤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망 하에서 부단히 움직이는 유동적인 것으로 설정되어야 한다는 답변이 이루어졌다.
전반적으로 21세기 역사학의 방향성을 반추하게 하는 흥미로운 강연이었다. 다만, 행사진행시간이 지나치게 짧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번에 주최 측에서 할당한 것은 1시간 20분으로, 강연시간이 50분, 질의응답시간이 30분에 불과했다. 3시간 정도는 배정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향후의 석학초청강연이 보다 철저한 사전 준비 하에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작성자: 이세연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