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도 대학생 대상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에세이 현상 공모 총평]
트랜스내셔널 인문학과 지구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2012년 9월 20일에서 10월 31일까지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에세이 현상 공모를 진행했다. 총 3편의 응모작 중 우수상에 신의주(제주대학교 사회학과,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과 지구시민 의식: 한국의 대학생 해외봉사단을 바라보며”), 장려상에 장현진(서울대학교 사회학과, “The Operation of Global Civil Society through Conscience and the Politics of Memory in East Asia”)을 선정했다.
우수상 수상자인 신의주의 에세이는 공적개발원조단체와 해외봉사단체의 성격 및 대학생 참가자들이 가지는 지구화 비전과 그 실행이 여전히 서구 제국주의적 시선을 모방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그 극복의 대안으로 ‘지구시민의식’ 교육을 제시한다. 장려상 수상자인 장현진의 에세이는 International Coalition of Sites of Conscience(이하 ICSC)라는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에 대한 분석을 통해 ‘양심’을 화두로 ‘지구시민사회’가 작동하는 방식과 기억의 정치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적 연대 움직임을 검토한다. 비록 수상작의 반열에 들지는 못했지만 배성환 (건국대학교 자율전공학부, “트랜스내셔널 그리고 ‘살색’”)은 인종 및 민족적 차이에 근거한 차별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제시하고 오늘날 소위 다문화 내지 문화상대주의 시대에도 ‘살색’에 근거한 차별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상작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지구시민의식’(신의주)과 ‘지구시민사회’(장현진) 등의 개념을 내세우며 자본주도 혹은 국가주도의 지구화 담론과 실천을 비판하고 그 대안적 모델을 찾으려 한다는 점이다. 신의주의 에세이에서는, 공적개발원조단체와 해외봉사단체에서 진행하는 자원봉사활동이 국위선양이라는 민족주의적 가치를 내세우고 있으며, 봉사활동의 참가자들은 열악한 환경에 처한 지구촌의 다른 이웃에 관심을 보이기보다는 졸업 이후를 대비한 소위 ‘스펙쌓기’같은 개인적 이해관계에 함몰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심사위원단은 신의주의 글이 기업주관의 대학생 해외봉사단에 참가한 개인적 경험을 성찰하면서 우리 안에 있는 제국주의적 시선에 대한 문제제기로 발전시켰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장현진은 아직 한국에 소개된 바 없는 ICSC를 다루면서, 이 국제 시민사회단체가 추구하는 ‘양심’이 정태적인 개념이 아니라 이 단체에 속하는 회원들에 의해 역동적으로 해석되는 개념이라는 점, 그리고 이 단체의 활동이 요즘 화두가 되는 ‘기억의 정치’를 구현하고 있다는 점을 적절히 지적했다.
소재와 주제의 참신성에도 불구하고 두 수상작에는 아직 아쉬운 점이 있다. 두 수상작 모두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적 관심이 ‘지구시민의식’ 고양이나 ‘지구시민사회’적 지향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설명하지 않은 채, 기존 지구화 담론 비판과 지구화시대에 대한 대안적 사유제시 자체를 트랜스내셔널 인문학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신의주의 경우 “국경을 초월한 여러 현상을 이해하기에 세계화보다는 ‘지구화’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지적하면서 ‘지구화’가 트랜스내셔널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고 전제하는 듯하다. 기존의 지구화 담론에 대한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의 주요 비판 중 하나는 지구화가 지역적 특수성을 배제하고 보편성을 강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장현진도 양심, 인권, 평화, 민주주의의 개념의 역동성을 ICSC의 활동을 통해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글 전체로 보아 이 개념들의 보편성을 미리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세계화,’ ‘지구화’에 대한 대안을 구체화하는 데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의 유용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수상작 모두 흥미롭다.
대학생 대상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에세이 공모 심사위원회 (윤해동, 권은혜, 정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