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1일 (금) RICH에서는 '고아'를 주제로 워크샵을 열고자 합니다. '고아'는 가족 내러티브 (family narrative) 밖에 놓여있는 존재로, 규범적이고 정상적인 자아와의 대조를 이루는 정체성입니다. 가족 내러티브 안에 자리잡은 규범적인 자아가 바람직한 ‘시민/국민’의 이상적인 모델로 기능하면서 근대국민국가의 사회적, 역사적, 정치윤리적 비전 뿐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론적 범주를 정의하는 지표가 되어온 데 반해, ‘고아’는 그렇게 구성된 규범적 자아의 바깥/외연을 구성하는 존재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런데 ‘고아’는 또한 역사, 가문, 전통 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자족적인 존재로 근대적 의미에서의 ‘인간’의 원형이기도 하며, 거침없이 떠돌고 방랑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하는 이산과 디아스포라의 가장 강력한 상징/메타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고아’는 가족 내러티브 밖에 존재하지만 ‘돌아온 탕아(prodigal son)’, ‘입양아(foster child)’, ‘상속자’ 등의 형태로 가족 내러티브로 다시 돌아오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이 내러티브의 규범성을 균열내기도, 강화하기도, 혹은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고아’, 혹은 ‘족보 없는 자’, 혹은 아감벤의 표현에 의하면 “헐벗은 존재(bare life)”는 경계적인 개념으로, '자아(self)'와 '반자아(self-to-be)', ‘시민’과 ‘무국적자’, '인간'과 '비인간' 등의 범주를 문제화하고, 그 범주들이 구성되고 해체되는 다양한 방식을 조명하는데 유용한 지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워크샵은 ‘고아’가 역사적 사실로서, 혹은 추상적인 메타포로서, 가족 내러티브, 규범적 자아(시민, 국민, 인간), 근대국민국가/글로벌라이제이션의 인식적, 정치적 체제 등에 대해 제기하는 문제들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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