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 초록 >
본 저서는 식민지(인)를 바라보는 프랑스 제국의 시선을 다양한 문화적 매체를 활용하여 조망해보는 작업이다. 그것은 ‘제국의 시대’라 명명되어지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 프랑스의 식민지 이념이 어떠한 이론적 논리를 근거로 형성되고 전파되었는지, 어떠한 형태와 방식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려는 시도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서양 학계에서는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으며, 새롭고 혁신적인 연구도 진행되었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으나, 제국주의에 대한 연구는 본질적으로 일제하의 식민지 조선과 일본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제국주의가 우리에게는 생소하지 않은 용어이고, 여전히 현재성을 지니고 있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제국주의 연구, 특히 프랑스 제국주의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들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고, 좀 더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불행한 우리의 과거와 이를 아직까지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를 치유하려는 목적으로 본 연구는 수행되었다. 서양의 사례는 분명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저서는 정치적 종속과 경제적 착취라는 익숙한 논의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왔던 ‘제국주의의 문화사’에 관심을 기울이고자 한다. 문화를 통한 제국주의 이해는 제국주의를 총체적으로, 그 다양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는 하나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정치사와 경제사, 그리고 사회사와 더불어 제국주의의 문화사는 이전에 외면되어왔던 문화적 측면, 즉 인식론적 측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역사에 대한 이해를 보다 폭넓고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연구내용과 관련하여 본 저서는 기본적으로 서구 열강과 ‘비서구 세계’ 혹은 ‘제3세계’라 불리는 극적으로 대비되는 두 지역의 ‘비대칭적 관계’를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에서 검토해보고자 한다. 먼저, 프랑스 제국주의 정책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정당화 논리라 할 수 있는 ‘문명화 사명’에 대해 고찰하고, 다음으로 국가적 자랑거리이자 정치적 계산의 집합체인 식민주의 문화의 형성과 전파에 대해 살펴보며, 마지막으로 식민지 해방시기 프랑스의 ‘문화 제국주의’의 속성과 그 한계를 분석해 본다.
글로 된 역사 기록물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이야기, 신문, 영화, 만화 등, 우리는 다양한 원천에서 역사의 모습을 길어 올린다. 본 연구에서 사용될 방법론으로서 ‘문화’의 활용은 역사와 해후하는 다양한 형태를 탐색하게 하고, 역사를 표현하는 문화적 수단이 과거를 이해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고찰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저자 약력>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툴루즈(Toulouse) 2대학에서 서양사 전공(프랑스 68운동)으로 석사학위를, 프랑스 파리(Paris) 10대학에서 『인도차이나전쟁과 프랑스인의 식민지 이념』이라는 논문으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국제정치학회 산하 국제지역연구소 상임연구원,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교육과 정치로 본 프랑스사』(공저), 『역사가들: E. H. 카에서 하워드 진까지』(공저), 『기억과 전쟁: 미화와 추모 사이에서』(공저), 『유럽연합체제의 이해』(공저), 「프랑스의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 기념과 평가」, 「제2차 세계대전과 프랑스의 인도차이나 노동자」, 「기억의 전유와 기억의 투쟁: 알제리전쟁 기념 문제에 대한 비판적 고찰」 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현재는 서양 제국주의 문제와 더불어 제1차 세계대전, 전쟁 기억과 기념 문제, 소수자의 역사, 유럽통합운동 등의 주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