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초국가 연구 두각 … 성균관대 언어·뇌 융합 교육
인문·사회계열 최상위권 학과들
고려대 교육학과엔 두뇌 연구소
연세대 심리 매주 100명 세미나
서울여대 사회복지 실습 320시간
경희대 철학과는 2008년부터 여느 대학과 달리 ‘교수 초빙 공고’를 내지 않는다. 대신 학과 교수들이 직접 우수 교수를 스카우트하려고 뛴다. ‘1순위’는 해외 유수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사람이다. 최성호 학과장은 “교수들이 직접 학계 평판, 업적 등을 보고 후보자를 추천한 뒤 미국·일본 등 현지로 찾아가 모셔 온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5년간 영국 서식스대의 조나단 가네리(Jonardon Ganeri) 교수 등 모두 5명을 초빙했다. 우수 교수 유치는 연구력과 학생교육의 질을 높였다. 교수 1인당 국제학술지 논문 수(0.34편)가 철학과 평가 대상 대학 47곳 중 가장 많았다.
가네리 교수는 2011년 영국 옥스퍼드대가 발간하는 철학저널에 ‘창발론(Emergentism)’에 관한 논문을 게재했고, 최성호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가 주도하는 온라인 철학사전 작성에 참여한다. 현재 전임 교수 14명 중 3명은 외국인, 3명은 해외 대학에 재직했던 한국인 교수여서 전공 수업은 30% 넘게 영어로 진행된다.
이처럼 올해 최상위권으로 평가된 학과들에선 ▶‘실력주의’ 교수 임용, 엄격한 업적 평가 ▶국제화 ▶학문 간 융·복합 등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었다. 한양대 사학과는 2010년 국내 최초로 ‘트랜스내셔널(탈민족·초국가) 인문학’ 대학원 과정을 개설했다. ‘일국사(一國史)’ 중심의 역사관을 넘어 초국가적인 역사, 여성학·고고학 등을 다루는 ‘국경을 넘어선 역사’가 연구대상이다. 임지현 교수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는 2008년부터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연간 10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이 학과는 2010년부터 매년 여름 세계 10여 개국 연구자를 초청하는 ‘트랜스내셔널 비행 대학(Flying University)’을 주관하고 있다. 올해는 이달 16일부터 나흘간 독일의 라이프치히대에서, 내년엔 미국의 피츠버그대에서 열린다. 올해 평가에서 이 학과 교수 1인당 국제학술지 논문 수(0.14편)와 학생 장학금(1인당 한 학기 95만원)은 65개 평가 대상 대학 중 각각 2위로 나타났다.
고려대 교육학과는 학과 부설 두뇌동기연구소(소장 김성일 교수)를 중심으로 교육학과 신경과학의 융합을 연구한다. ‘수업을 얼마나 들으면 지루해질까’ 등 학습자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주된 주제다. 신창호 학과장은 “교수 16명 모두가 최소 한 군데 이상의 부설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한다”며 “교수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국제·국내 학술지 논문 등의 평가 기준을 우리 대학 여느 학과의 두 배로 올렸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 최상위권에 오른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는 2011년부터 ‘언어와 뇌’라는 수업을 개설했다. 이 학과 이혜문 교수가 생명과학부 서민아 교수와 함께 진행한 강의는 ‘언어를 쓰는 동안 뇌의 어떤 부위가 활동하는가’ 등 언어습득이론과 뇌과학을 접목시켰다. 학생들은 어린이와 어른의 언어습득 경로를 비교하는 뇌언어학 실험을 했다. 이번 가을 학기부터는 ‘뇌과학에서의 제2언어 습득’ 강의도 생긴다. 김유 학과장은 “인문학의 위기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영문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누그러뜨리면서 영역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의 교수 1인당 국제학술지 논문 수(0.35편)는 75개 평가 대상 대학 중 1위다.
교육의 질 향상에 노력하는 점도 최상위권 학과들의 공통점이다. 사회복지학과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는 타 대학의 배가 넘는 총 320시간의 실습이 졸업 요건이다. 교수들은 학교 밖 현장에서 실습 중인 학생을 매주 한 번, 세 시간 이상 면담한다. 정소연 학과장은 “단순히 현장을 경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학생의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적응을 돕기 위해 면담을 자주 한다”고 설명했다. 총 640시간의 실습을 거쳐 졸업 후 사회복지사가 된 최애리(25·서울 장안종합사회복지관)씨는 “다른 대학 학생보다 경험이 많아 취업도 수월했고 복지관 업무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년 연속 최상위를 차지한 연세대 심리학과는 매주 교수·대학원생·학부생 100여 명이 모이는 세미나를 연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프로세미나(proseminar)’를 벤치마킹했다.
경희대 철학과 학생들이 이타이 샤니(오른쪽) 교수의 수업을 듣고 있다. 교수 중 3명은 외국인, 3명은 해외대학 강의 경험이 있는 한국인인 이 학과는 전체 강의의 30%를 영어로 진행한다. [김상선 기자]
대학평가팀=천인성(팀장)·한은화·하선영·성시윤·윤석만·이한길 기자
자료 수집·분석=김효진·안세환 연구원 univ@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원문출처: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3/09/02/12088003.html?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