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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경향신문 2013.10.27] 역사학대회, 역사 속의 소수자 ‘기생’ 톺아보기 | |
ㆍ역사학대회, 역사 속의 소수자 ‘기생’ 톺아보기
왜 기생일까. 지난 25·26일 부산대에서 열린 전국역사학대회의 주제는 ‘역사 속의 소수자: 공존과 배려를 위해’였다. 그중 한국사와 여성사 세션에서 ‘기생’에 대한 논문이 4편이나 나왔다. 논문들은 일제강점기부터 박정희 정권까지 근대 이전의 ‘문화예술인’이던 기생이 식민지·국가 권력으로부터 배제되는 과정을 쫓아간다. 권도희 서울대 동양음악연구소 강사는 ‘20세기 기생, 소수자 만들기와 벗어나기’에서 기생을 20세기 전반 공연예술계와 관련해 설명한다. 이 시기의 기생들은 문화산업의 한 축이었다. 3·1운동 이전까지 기생들은 전통 가무로부터 댄스 등 신식 공연까지 다양한 기획물을 무대에서 선보였다. 그러나 기생조합이 중심이 된 창조적 공연 경쟁은 일제의 단속으로 위축된다. 1920년대 신문사들은 독자 위안이란 명분으로 기생 공연을 벌였다. 1930년대 거대 음반사가 시장을 좌우하면서 가창력 있는 기생이 부각되기도 했다. ‘기생’이 식민지·국가 권력에 의해 변질되는 과정은 20세기 역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일제시대 공연예술계의 주축을 이뤘던 기생들의 공연 장면. | 경향신문 자료사진
▲ 기생조합 만들어 창조적 공연… 분단 후 문화양상 변화로 소외
60~70년대 영화 ‘남자 기생’ 밤 문화·성매매·동성애 보여줘 권 강사는 “20세기 전반 기생은 법적·제도적으로 ‘창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경찰의 풍속 단속(창기 단속) 등의 법 조항은 사회적으로 이들을 암묵적인 추업부(醜業婦)로 의심하도록 하는 교육 효과를 낳았다”고 말한다. 그는 “일제의 경찰 권력이 끊임없이 기생을 억압했음에도 기생들은 문화산업의 영역에서 성공의 기회를 모색했다”며 “그러나 분단 이후 문화산업 자본이 형성되고 문화 향유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기생의 기예는 소외됐다”고 설명했다. 박정미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는 1970~1980년대 기생관광 반대운동의 역사와 담론을 살핀다. 기생관광 반대운동은 해방 후 최초 여성 연대운동이었다. 이화여대 학생 10여명은 1973년 12월19일 김포국제공항 입국대합실에서 ‘매춘관광을 반대한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박 교수는 “좌익 여성운동은 궤멸되고, 우익 여성운동은 독재정부에 노골적으로 영합하거나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 온건한 활동에 전념하며 명맥을 유지하던 상황에서 여학생들의 직접 행동은 5분 만에 진압되고 말았지만 여성운동의 변화를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이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기생관광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모임’이 ‘성침략을 고발한다’는 자료집을 내며 활동했다. 일본의 운동가들이 반대운동 과정에서 주조한 ‘성 제국주의’ 개념은 성매매를 둘러싼 국제적 여성운동과 페미니스트 연구에 유의미한 반향을 일으켰다. 박 교수는 그러나 ‘사회문제’로서 기생은 사라졌지만, 기생의 형상은 전형적인 서발턴(하위주체)으로서 성매매 반대운동에서도 재현됐다고 비판한다. 영화 <남자(와) 기생>(1969) 포스터. | 경향신문 자료사진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나왔던 <남자 식모> <남자 미용사>와 비슷한 계열의 코미디 영화인 <남자(와) 기생>은 당대 문화정치를 읽을 수 있는 텍스트다. 김청강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는 1969년 신필름이 제작한 영화 <남자(와) 기생>을 “이성애적 가부장 질서의 균열”로 해석했다. 이 영화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기생으로 변장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가 중심이다. 주인공의 여자 같은 행동을 싫어해 회사에서 회고한 사장이 여자 기생으로 변장한 주인공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는 설정도 들어 있다.
김 교수는 “당시 사회가 드러내지 않았던 남성 중심의 밤 문화, 성매매 지대의 내부, 남성이 남성에게 끌릴 수 있는 동성애의 가능성을 가시화한다”고 분석한다. 이 영화는 검열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검열 당국은 여러 대사와 장면을 삭제했고, 제목 ‘남자 기생’도 어감이 안 좋다고 ‘남자와 기생’으로 바꿔 개봉하라고 명령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원문 출처: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0272150115&code=9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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