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책은 풀어내는 방식과 서술 양식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남성과 여성, 지배와 피지배, 권력과 개인의 관계 문제를 조명한다.
오리온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폭력 성향이 강한 거인 사냥꾼이다. 저자는 책 제목대로 남성을 공격·폭력 성향을 이어받은 ‘오리온의 후예’로 규정하고, 신화와 문학에 나타난 사냥의 기록에서 현대 남성의 위기를 진단한다. 원시시대 사냥은 생존을 위한 자연활동이었는데, 사냥을 담당한 남성의 공격·폭력 성향의 대상은 자연의 사냥감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든 사회·문화·타자에게로 확대되고, 일상화됐다. fox(여우), cat(고양이), bitch(암캐)처럼 남성이 여성을 사냥감으로 언급하는 비유들이 단적인 예다.
문제 의식을 지금으로 돌려보자. 사냥터인 정글은 지금의 도시다. 남성은 제국주의적·국가적 사냥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국가의 정체성을 결합시키기도 한다. 공격·지배하지 않고, 승리를 과시하지 않은 채 남성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저자는 남성이 타자 즉 여성·자연과의 온전한 교류를 상실하고, 타자를 폭력으로 지배하려는 욕구에서 위기가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 대중독재와 여성
임지현·염운옥(엮음) | 휴머니스트
<대중독재와 여성>은 대중독재의 관점에서 사회적으로 정의된 성이자 성역할을 뜻하는 ‘젠더(gender)’의 문제를 들여다본 학술서다. 파시즘, 나치즘, 스탈린주의 같은 전체주의 독재는 대중의 지지와 동의가 있었기에 성립했다는 인식, 즉 ‘밑으로부터의 독재’라는 속성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지점에서 여성은 단순히 전체주의의 무기력한 희생자일 뿐인가. 파시즘을 단순히 여성 억압적인 체제로 보기보단 체제를 개조하려는 정치 목표를 위해 여성 대중을 동원한 ‘젠더정치’로 본다. 여성은 때로 저항하고 희생당했지만, 주로는 적극적 공범자, 소극적 동조자 역할을 했다. 임지현 교수 등이 17명의 국내외 학자들의 글들을 엮었다. 각각 권복규 옮김·2만5000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기획·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