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근대와 폭력”
일시 : 2009년 11월 20일 (금)
장소 : 한양대 신본관 2층 제2회의실
프로그램
1. 기조발제 (Key Note Speech) 10:00-11:00
- 알프 뤼트케 (한양대) “근대의 폭력”
2. 국민국가 형성과정과 폭력 11:00-12:50
- 김득중 (국사편찬위원회) “대한민국 국가 형성과 폭력”
- 김학재 (서울대) “원한의 예감과 선제적 보복 - 한국전쟁기 비상사태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의 제정과정과 성격”
- 토론: 윤택림 (한국구술사연구소)
점심식사 12:50-14:00
3. 일상 속의 폭력 14:00-16:30
- 이임하 (성균관대) “상이군인의 몸에 드러난 전쟁”
- 권인숙 (명지대) “성폭력 공포의 폭력”
- 정희진 (이화여대) “反군사주의를 위한 트랜스내셔널? - 애국 군인의 열정에 대한 페미니스트의 감정 ”
- 토론: 황병주 (국사편찬위원회)
휴식 16:30-16:45
4. 종합토론 16:45-18:30
근대의 현현 과정은 매우 폭력적이었다. 근대적 국민(민족)국가는 주권과 영토를 둘러싼 민족국가들 사이의 폭력적인 전쟁을 통해 그 틀을 세워갔으며, 각 민족국가 내에서도 권력을 둘러싼 사회세력들의 갈등과 쟁투, 혁명과 반혁명 같은 폭력적 과정 속에서 형성되었다. 한편 근대화에 앞서 나간 국가들은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앞세워 근대화에 뒤쳐진 국가들을 폭력적으로 지배했는데, 이러한 폭압에 맞서 싸운 피식민지국가들의 투쟁 역시 폭력적이었고, 그러한 가운데 학살과 인종말살이라는 가공할 폭력이 난무했다. 뿐만 아니라, 탈식민의 공간에서 뒤늦게 근대적 국민국가 건설에 나선 국가들이 국민을 동원하고 규율화하는 과정도 폭력적이었다. 이러한 폭력은 국가권력과 그에 도전하는 사회계급 사이에서, 다양한 지역과 인종 사이에서, 그리고 젠더 사이에서 행사되었다.
국가의 폭력이나 전쟁, 학살 같은 가공할 만한 폭력은 일견 인과관계가 뚜렷하고 가해와 피해의 구분이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일상 속에 깃들어 있는 교묘하고 미시적인 폭력의 양상이 그러한 것처럼, 그것은 결코 일방적이거나 단순하지 않다. 근대의 폭력은 불합리하기는커녕 그 자체가 오히려 합리성의 표현인 동시에, 개인적 차원, 계급적 차원, 국가적 차원을 막론한 하나의 실천양식인 까닭이다. 이렇듯 다양한 폭력의 양상 뒤에는 지배와 권력이라는 핵심요소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러한 지배와 권력의 관계는 단선적이고 일방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다층적이고 다의적이다. 따라서 폭력을 고찰하는 방식도 단선적이고 일면적일 수 없다.
가해와 피해라는 단순한 도식을 넘어 폭력에 내재한 세밀하고 다층적인 측면을 살피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많은 경우 폭력에 대한 연구는 본질론적으로 흐르기 쉽다. 그리하여 역사적 상황이나 맥락을 무시해버리거나, 반대로 민족주의적인 전유를 꾀함으로써 폭력을 단순하고 일방적인 것으로 도식화해버릴 소지가 있다. 우리는 근대의 폭력에 대한 본질론적인 접근과 민족주의적 접근을 충분히 경계하는 동시에, 구조와 행위, 경험과 실천이 교차하는 섬세한 지점에서 폭력을 다층적으로 포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폭력이라는 행위와 실천 뒤에 놓여 있는 근대의 지배와 권력의 관계를 더욱 정치하고 역동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